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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목각인형 Mar 31. 2024

3월의 문장

멈춰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

3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달의 대화와 글과 영상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하고 되새김질해본다. 2월의 문장은 이곳에 기록하지 못한 채 지나가버렸다. 좋은 걸 좋은 채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문장 기록인데... 작심삼일만도 못한 나의 빈약한 의지에 내 자신이 싫어질라 한다. 다시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나도 멈춰있지 말고 다시 시작해 보자.



1.

동료 1 :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예요?

나: A  음 글쎄 듣자마자 떠오르는 순간은... 버진로드 입장 전 아빠가 날 꼭 껴안아줬을 때. 그때가 떠올라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날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엄청 행복했어요.

동료 1,2: 아 나 눈물 날 것 같아...

-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냐는 동료의 질문과 내 대답.


2.

성장이랄 게 거창할 게 없는 것 같아. 뭐든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되는 게 우리 업의 장점이잖아. 너 요새 클라이밍에 빠져있지. 예를 들면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그 마음을 기록으로 남겨봐. 그런 것도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 뭘 어떻게 더 해야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말하는 부사수에게.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3.

결국 우리가 눈 감는 순간 마지막에 하는 말은 '사랑해 고마워 걱정 마'가 전부 인 것 같아요.

- 병상에 누워계신 할아버지에게 가족들이 남긴 말을 이야기하던 동료.


4.

오빠: 애를 낳고 기르는 건 우리 둘이 같이 해야 하는 거야. 한 사람이 도와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내년에는 운동 열심히 해야지' 이 정도의 각오로는 안돼. 엄청 힘들 거야. 그래서 나는 긍정적인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 난 자신 있어. 근데 솔직히 너는 좀 걱정돼. 힘들어하기만 하고 우울해만 하는 너의 모습을 볼까 봐 걱정돼. 그럴 거면 지금처럼 우리 둘이서 재밌게 사는 게 나아.

나: 응 나도 내가 걱정돼.

- 결혼 5년 차 부부의 대화



5.

인턴분이 일을 할 때 너무 막막해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빈칸을 채워 나갈 수 있도록 일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나: 너무 좋다. 일의 맥락과 배경을 같이 설명해 줬다는 말로도 들리네.  

- 우리 팀 막내가 인턴에게 일을 주는 방법. '빈칸을 채워나갈 수 있게'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6.

우리 일하면서 ‘던진다’라는 얘긴 안 했으면 좋겠어요. '대충 마무리하고 제작팀에 던지자, 매체팀에 던지자...' 우리가 우리의 아이디어를 하찮게 여기는 것 같고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상대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 부사수의 건의 사항. 내가 하는 일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던 말.


7.

나는 다정함도 재능이라고 생각해

- 팀장님의 한 마디. 너무 맞는 말이다. 재능이 없는 한두 사람 때문에 맘이 힘들지만 재능이 넘쳐나는 사람들 이 또 옆에 있어서 훌훌 털어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8.

나는 처음에 암 수술하던 30살에 알았어. 많은 인간관계 얼기설기 무슨 뭐. 오지랖 넓은 거 결국 쓸데없다는 거. 그저 한두 사람 잡고 사는 거야 인생이. 왜 설명 없이 나를 알아주는 인간들 있잖아. 내가 뭘 했을 때 '야 너 진짜 그거 왜 그랬냐?' 하고 묻지 않는 사이. '난 걔가 왜 그랬는지 알아' 하고 알아주는 사이. 난 그런 사람만 몇 붙잡고 살면 된다고 생각해.

- 양희은 님이 생각하는 인생에서 필요한 인간관계. 그리고 댓글에 '고민도 없이 너 생각'이라고 나를 언급해 준 내 20년 지기 친구.


9.

나는 이제 다시는 교복을 입을 수 없다는 거야

20-30대 배역은 줄어드는 대신에 50-60대 배역은 늘어나겠지. 상실에 초점을 둬서 초조해하지 말고. 전체는 그대로! 그리고 해답은 아무도 줄 수 없다. 답은 네가 알고 있다.

- 배우로서의 앞날을 고민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해준 말. 전체는 그대로.라는 말이 참 힘이 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전체를 만드는 거라면, 전체로서의 내가 좀 더 떳떳할 수 있도록 지금의 나를 잘 가꿔가는 게 중요하겠지.



10.

나: 엄마아빠 나 낳느라 고생 많았엉.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마워️!

엄마: 나도 네가 있어서 행복해~ 사랑해~^^

아빠: 울딸롱. 엄아빠의 딸롱. 행복하고 감사해용. 축하해❤️❤️❤️

- 내 생일날 아침. 엄마아빠와의 카톡.



대화를 나눈 시점의 사진과 함께 기록하니 더 좋다. 게으름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는 나라서 좋고 이 안에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내가 또 좋다. 맘에 드는 3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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