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과 팀원의 역할에 대해
요즘은 어딜 가나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 얘기다. 체감 상 스우파가 처음 나왔을 때보다도 관심이 뜨겁다. 나 또한 흑백 요리사에 푹 빠져있다. 처음 보기 시작한 날 4화를 정주행 했고 그 뒤로는 업로드만 손꼽아 기다렸다가 다시 또 쭉 달리는 식이다. 매 회차마다 끊는 타이밍도 기가 막힌 지라, '오늘은 딱 한 편만 보고 자자'라는 다짐은 항상 물거품이 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회차 중 자꾸 곱씹게 되는 에피소드는 흑팀과 백팀이 대결한 팀 전이다. 각 팀의 리더와 팀원들의 모습을 보며 팀장과 팀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상적인 팀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어떤 팀장을 보면서는 감탄했고 또 다른 팀장을 보면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떤 팀원을 보면서는 나도 팀에 저런 존재가 되어야겠다 생각했고 또 다른 팀원을 보면서는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1. 최고의 리더와 펠로우 - 최현석 팀
1) 팀장의 역할 및 태도
- 분명한 목표 설정
- 팀원의 장점을 고려한 업무 분담
- 결정하고 책임지는 태도
최현석 셰프는 전략적 판단 능력이 뛰어난 리더다. '주방에서 셰프보다 위에 있는 게 있죠. 바로 재료죠'라는 말로 한정된 재료를 미리 확보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만들고자 하는 음식의 방향이 명확했기에 빠르게 판단하고 업무 분담을 지시할 수 있었다. 분명한 목표 설정, 팀원의 장점을 고려한 업무 분담의 중요성을 최현석 셰프를 보면서 체감했다. 결정하고 책임지는 리더라는 점에서도 감탄했다. 팀원과 의견이 대립할 때, '저를 믿고 따라오세요, 제가 책임 질게요'라는 말로 팀원의 의구심과 불안함을 잠재운다. 승패가 달려있는 서바이벌 인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결정하고 책임지는 건 부담스러운 일인데 최현석 셰프는 흔들림 없이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팀원들은 그런 리더를 믿고 따르며 맡은 역할에 집중한다.
2) 팀원의 역할 및 태도
- 리더의 결정에 대한 존중
- 적극적인 의견 제시
- ‘1인분’의 몫을 해낼 수 있는 능력
최현석 팀의 팀원들은 어딜 가서 누구한테 지시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우리는 리더를 따른다'라는 대전제에 합의한다. 리더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팀원은 그런 리더를 따르겠다고 합의했기에 이 팀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 가능했다고 본다. 특히 에드워드 리 셰프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 리더를 존중하면서도 의구심이 드는 의사 결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본인과 생각이 다르지만 자신을 믿어달라는 리더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시를 따른다. 책임지겠다는 리더십도 멋있었지만 그런 리더를 믿고 따를 줄 아는 펠로우쉽도 빛났다.
2.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팀 - 불꽃남자 팀
보면서 제일 아쉽고 안타까웠던 팀이다.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팀 내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하려다 보니 의사 결정의 타이밍을 계속 놓쳤다. 한정된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리더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갈피를 못 잡으니 다들 우왕좌왕했던 게 아닐까. 일이 제대로 진행 되고 있질 않는데 '괜찮아 걱정 마 잘하고 있어'라는 말 또한 되게 공허하게 들렸다. 팀원들에게도 별로 와닿지 않는 응원이었을 것 같다. 팀이니깐 서로 믿고 의지할 수는 있지만 팀장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모두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준 팀이었다. 이 팀을 보면서 리더 선정의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리조또를 하기로 했으면 리조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리더로 세웠어야하지 않을까. ‘나폴리 맛피아'가 리더가 됐으면 과정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우리 팀과 팀원으로서의 나를 돌아본다. 팀장님이 고집이 세서 불만이었는데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이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지금의 내가 할 일은 그런 팀장을 따르고 존중하되, 팀장의 의견과 다를 땐 내 생각을 정중하게 이야기해 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대로 팀장을 믿고 따르는 일일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간 나도 책임질 줄 아는, 팀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팀장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내 판단에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할텐데...생각만해도 어렵고 벌써부터 두렵다. 최현석 셰프가 진짜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