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 독립서점 추천 - 성산동 책방밀물

반드시 밀물 때는 온다

by 춤추는 목각인형

책방밀물은 연남동 끝자락에 있는 조용한 동네 성산동에 위치한 서점이다. 밀물이 차오르듯 충만함이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이 깃든 공간이라고 한다. 나만의 물 때를 기다리고 그때 내 바다를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크다. 긴 연휴를 앞둔 주말이어서 그런지 오며 가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새해 복을 주고받는 정겨운 소리도 많이 들렸다. ‘컨셉이 분명한 동네 사랑방 이구나‘ 싶었다.

반드시 밀물 때는 온다. 바로 그 날 나는 바다로 나갈 것이다.

이곳의 프로그램인 ‘만조를 기다리며’는 서점 한 켠 동네 골목을 마주한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오로지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책을 읽으며 메모할 수 있는 종이와 연필, 그리고 차 한 잔을 함께 내어준다. 어떤 책을 읽을지 찬찬히 둘러보다가 레모 출판사의 책을 진열해 둔 곳에서 책갈피에 적힌 문장을 보고 끌리는 책을 하나 골랐다. 제목은 <고마운 마음>. 책 제목, 그리고 문장 하나만 보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인생책을 만났다.

눈에 띈 큐레이션
나를 움직인 한 문장
책방밀물 사장님의 큐레이션 노트. 누군가의 흔적이 남은 책이 좋다.


<고마운 마음> 을 읽으며, 건네받았던 종이에 책 선정 계기, 책을 관통하는 주제 및 키워드, 독서 후 내게 남은 것, 나누고 싶은 문장에 대한 나만의 답을 채워가며 읽었다. 내 안을 좋은 것으로 가득 채우는 기분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책을 한 권 다 읽었다는 뿌듯함보다 책이 나에게 가져다준 기쁨이 더 컸다. 지금까지는 책에 밑줄만 긋고, 다 읽고 나서 밑줄 친 문장들을 다시 한번 보는 정도로 독서를 끝냈는데, 앞으로는 위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나가는 독서를 해보고 싶어졌다.

만조를 기다리며
고마운 마음을 읽으며 써내려간 나만의 독서 메모장


집에서는 다소 먼 곳에 위치한 서점이라 갈까 말까 고민한 게 무색할 만큼, 책방밀물은 앞으로 계절마다 방문하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책 한 권 읽으러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하나 싶은 귀찮음을 이기고,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하루를 충만하게 보낸 내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책방밀물 사장님이 ‘거’맙다. (고마운 마음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말의 뜻을 알아 차릴 수 있을거다.)

뒷모습을 남겨주셨다. 예상치 못한 섬세함에 한 번 더 반했다.
책방을 나설 때 보니, 1월의 문장도 <고마운 마음> 이었더라지.
새해마다 읽고 싶어 들인 책. 포장에 정성이 가득해서 아직 뜯지 못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