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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wave May 13. 2020

사무실 꼰대 말하기의 5가지 특징

출근길 JOB 생각 .58

우리 회사는 분야의 특성상 연령대가 높다. 30대 후반인 내가 막내면 가늠이 되겠는가? 업계 경력 10년이 넘은 내가 사무실 막내다. 대부분이 50대고 40대가 2명 있다. 그만큼 꼰대들의 집합소라 볼 수 있다. 그런 사무실에서 3년째 일하다 보니 꼰대 말하기 기술의 5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아래 5가지 유형에 본인이 해당된다면 꼰대일 가능성이 크다.


1. 말로 일한다.

가장 꼰대스러운 스타일이다. 쉽게 말해서 입만 살았다. 상사 앞에서도 화려한 언변을 늘어놓으며 이빨을 턴다. 아주 그럴듯한 계획이 있고 마치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없다. 실체가 없다. 아무것도. 옆에서 보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다. 아랫사람에게로 지시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말을 해대면서 일을 지시 하지만 끝까지 들어보면 결국 "난 모르겠으니 네가 알아서 해와. 내가 보고해서 윗사람에게 칭찬받을 수 있게." 딱 이 뜻이다. 경험과 실력이 없어 주로 횡설 수설 하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간 그는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린다.


2. 본인 말만 한다.

옆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면 실제로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인터넷을 하거나 혼자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만 보인다. 그러다 문득 필이 받았는지 자기일 바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는 한참 동안 연설을 편다. 막상 들어보면 핵심이 없는 공허한 메아리라고나 할까. 결국은 과거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걸로 마무리되며 다른 직원들은 감명 깊은 척 연기를 한다.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마지막에는 의견을 달란다. 너무 어이가 없어 가만히 있으면 본인 혼자만 일하냐며 핀잔을 주고 반대로 진심을 다해 말해주면 니들은 생각이 없단다. 그렇게 본인 말만 할 거면 벽에나 대고 말하지. 왜 바쁜데 자꾸 부르는지 모르겠다.


3. 본인 말은 다 옳다고 믿는다.

회의시간이 가장 큰 문제다. 어쩔 수 없이 의견 개진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A를 A라고 말했는데 아니란다. 그건 A가 아니라 B라고 우긴다. 처음에는 그분이 다른 데서 망신당할까 봐 걱정돼서 왜 A가 A인지 설명을 하곤 했지만 어차피 본인은 B라는 확신이 확고해 듣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후에는 그가 A를 보고 B라고 하든 C라고 우기든 더 이상 상관 안 한다. 그냥 미소 지으며 그렇구나. 고개만 끄덕인다. 어차피 망할 거 기분 안 나쁘게 망하면 되는 거니까.


4. 한 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한다.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분명했던 말인데 처음인 듯 계속 반복해 늘어놓는다. 특히 본인의 무용담이나 본인이 생각하기에 예전에 본인이 정말 잘했다고 여기는 일들이 주로 그렇다. 근데 시대가 변했다. 2G 폰 시대의 경험담은 5G 세상에서 안 먹힌다. 반대로 내가 드린 보고는 잘 까먹는다. 몇 번을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줘야 겨우 귀담아듣는다. 본인 잘난 건 기억하면서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그게 특징이다.


5. 내가 한 것도 본인이 한 것처럼 말한다.

여러 번 설득해 이번 프로젝트는 이렇게 앞으로 업무는 저렇게 진행해야 된다고 전달한다. 그런데 듣는 둥 마는 둥 혹은 시큰둥하더니 며칠 지나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마치 본인이 생각한 것처럼 신나서 입을 턴다.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거 제가 말했던 거라고 말을 했지만 요즘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며 가만히 있는다. 그래 그런 말 하는 재미라도 있어야겠지. 틀린 말 하는 것보다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방향을 말하는 게 더 나으니까.


결론을 종합해보면 사무실 꼰대의 말하기 특징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배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게 그들의 말하기 특징이다. 꼰대가 되기 싫다면 공감능력부터 키우자. 본인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내 스스로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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