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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wave May 17. 2020

공황장애 4년 차 직장인입니다.

출근길 JOB 생각 .59

2017년 3월쯤이었다. 이직을 위해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인수인계를 받던 날. 그날 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지 못했다. 인수인계를 해주던 분들께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지하철 2호선을 기다리며 플랫폼에 앉아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꿈꾸던 직장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꿈의 회사였다. 그런 회사에 최종 합격해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날 하필 공황장애라니.


사실 당시에는 그게 공황장애인 줄도 몰랐다. 그저 숨이 안 쉬어지고 답답하고 머릿속은 꽉 막힌 것 같고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무엇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몰랐기에 너무나도 두려웠고 나는 다음날 이직하려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직을 취소했다.


지금 이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고 공황장애의 특성상 한번 두려움을 느낀 장소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이것이 공황장애인 줄 알았고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약이 없으면 늘 불안하고 어디를 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외출할 때면 늘 가방 속에 처방받은 신경안정제와 우울증 약을 가지고 다녔다.

 

결국 나는 그해 여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지금 3년이 흘렀다. 실질적으로 공황장애는 약물치료와 상담을 잘 받으면 1~2년 후 증상이 많이 완화된다. 내가 그런 케이스다.


요즘도 가끔씩 업무 스트레스나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가슴이 답답해 공황 증상이 조금씩 올라오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 또한 지나가는 증상임을 알기에 심적으로 부담도 덜하다.


혹시나 공황장애를 막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드리고 싶다.


1. 주변에 말해봤자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못하면 이해를 못한다. 그러니 가족이나 친구가 본인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원망하지 말자.


2.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라. 정신과라고 해서 이상한 정신병자들만 가는 곳이 아니다. 정말로 멀쩡한데 우울증이 있는 사람, 아니면 공황장애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걱정하지 말고 가라.


3. 신경정신과를 가더라도 상담비가 비싼 곳은 가지 마라. 30분 상담해주고 11만 원 받는 곳도 가봤다. 물론 그런 곳은 두 번 다신 안 간다. 짧게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곳을 추천한다. 어차피 상담보다 약물의 효과가 더 크다.


4. 한동안 힘들겠지만 이 또한 감기처럼 앓다가 지나가는 병이다. 물론 또다시 걸릴 때도 있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그냥 아픈 거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니 자책도 하지 말자. 오히려 스스로 고생한 나를 위로하며 칭찬해주자.


5. 마지막으로 너 때문에, 쟤 때문에 내가 아픈 거라고 남을 원망하지도 말자. 물론 그들이 원인일 수도 있고 환경적인 괴로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원망할수록 내 괴로움만 커진다. 그저 내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변에 양해를 구하자.


이 또한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해석임으로 100%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고 꼭 병원에 가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드린다. 주변에 수많은 이야기와 카더라들이 있지만 어차피 제대로 정리된 정보가 아닌 이상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소지가 높다. (공황장애인 줄 몰랐을 때 모 의원에 갔더니 화병이라며 사람들 만나서 술 마시며 회포도 풀고 속을 털어내라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황장애에 술은 쥐약이다.)


혹시 당신이 지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면 절대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상담을 받기를 꼭 권고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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