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라디오, '주민이 직접 운영한다'
공동체라디오는 또한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방송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방송국의 주인이 일반주민이니 그 운영의 주체도 주민일 수밖에 없다. 공동체라디오는 총회에서 이사장과 이사를 포함해 임원 모두를 선출한다. 또한 방송국의 1년 사업계획은 물론 예산·결산안을 승인하게 된다. 공동체라디오의 임원진은 방송국의 운영에 책임을 지게 되고 그 성과에 따라 총회에서 평가받는다. 주민들은 이렇게 1년에 한 번 총회를 통해 방송국 운영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평상시에도 ‘편성회의’와 ‘편성운영위원회’ 같은 조직을 통해 참여하게 된다. ‘편성회의’는 마포FM의 편성과 관련해 방송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이다. 편성회의엔 각 프로그램의 대표 1인은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되고, 그 외에 편성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청취자나 지역주민의 경우라도 참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규편성안이나 개편안 모두가 편성회의에서 논의된다. 개편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대개 열리게 되는 데 이때 상근편성 PD가 준비한 편성계획이 발표되고 의견을 수렴한다. 새로운 편성안이 접수되면 제안자가 편성회의에서 신규편성안에 대해 제안설명하게 된다. 이후 참석한 사람들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이렇게 수렴된 의견은 ‘편성운영위원회’에서 깊이 있게 논의되어 최종 결정된다.
‘편성운영위원회’는 편성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구이다. 이 자리엔 방송본부장과 상근편성 PD, 방송활동가 가운데 선출된 편성운영위원이 참여한다. 편성운영위원은 추천을 통해 편성회의에서 선출된다. 편성회의에서 선출되지 못할 경우 편성운영위원회에서 위임을 받아 선임 방송활동가나 열정적인 방송활동가 가운데 임명하게 된다. 편성운영위원회는 마포FM의 편성이념에서부터 편성정책, 정규개편 및 임시개편, 제작진 배치, 방송사고 및 방송심의에 관한 사항, 그 외에 방송편성과 관련한 중요한 사항을 다루는 기구이다. 물론 편성이념이나 편성정책과 같이 방송국의 근간에 해당하는 사항은 이사회에 상정되어 더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성운영위원회는 공동체라디오에 편성에 대해 책임 있는 기구이다.
편성회의나 편성운영위원회는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다. 방송을 하기 위해 매주 한번 방송국에 오는 방송활동가들에게 편성논의를 위해 한 번 더 방송국을 위해 시간을 내달라는 것인데 어려운 일이다. 편성회의나 편성운영위원회를 두세 번 진행해 보면 참여가 줄어들면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편성회의와 편성운영위원회는 어찌 보면 귀찮고 거추장스러운 기구이다. 그냥 상근편성조직에서 결정한다고 해서 누가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기존방송국의 편성이 대개 간부들 수준에서 결정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공동체라디오의 경우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나 공동체라디오의 경우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방송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편성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편성회의나 편성운영위원회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상근조직에서 일상적인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방송의 주인이 방송활동가라는 사실을 계속 인식시켜야 한다. 열성을 부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굳이 이래야 하는 까닭은 ‘공동체라디오’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디오는 단지 방송이 목적이 아니다. 공동체라디오의 목적은 공동체에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잘 운영되기 위해선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주체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공동체라디오의 운영에서부터 공동체 형식을 채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과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우리 스스로가 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방송과 일상이 일치되는 활동을 공동체라디오는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경험하는 살아있는 현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동체라디오는 주민들이 편성에 직접 참여하면서 공동체를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