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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Sep 10. 2021

글 쓰는 할머니의 오늘 이야기 43

직박구리와 수다

 직박구리와 수다

                                                             신화자

  직박구리들이 나무 위에서 시끄럽다.  -이익 찌-익 찍한두 마리가 아니다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바람 차고 추운 날 나무 위에서 웬 소란인가.

 치보다는 몸집이 작지만 참새보다는 훨씬 몸집이 큰 새들이 은행나무 위에서 찍찍거린다

 찌 이--

 직박구리들은 몸집이 크니까 내 지르는 소리도 크다. 여럿이 떼를 지어 모여 다니면서 찍찍거리는 모양새가 꼭 수다쟁이들의 모임처럼 시끄럽다게다가 그들이 즐겨 앉았던 나무 아래에는 먹고 씹어 뱉은 찌꺼기들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흰색과 붉은색의 열매껍질과 배설물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그들은 하루 종일 먹고 떠들고 소리 지른다직박구리들은 몸집이 큰 편이다괴성을 질러대는 것이 아줌마 수다는 비교도 안 된다직박구리들의 수다스러움은 그들 나름의 소통이고 언어다사람들의 언어와 직박구리들의 언어 소통에서 공통점은 톤이 높고 강하면 강할수록 의욕이 많음이다직박구리들은 스트레스도 풀고 생존 의욕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고 잘하는 사람들의 수다는 스트레스 풀기라는 분석도 있다수다의 내용은 욕구불만이나 현실의 불만에 대한 것들이 많지만 그냥 웃고 흘려버리면 그만인 심심풀이가 대부분이다

 생활이 불안정하고 살기가 고달팠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전쟁은 끝났으나 살림은 궁색하고 어렵게 살던 시절이다우리는 중학교 학생들이었다중학교와 고등학교 통합인 여학교의 조회시간은 수 백 마리 참새들의 조회시간 보다 더 시끄러웠다여학생들은 운동장에 모이기만 하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교장 선생님의 훈화는 주로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라고 하셨으니까그 교장 선생님께서는 훈화 말씀을 잘하시는 웅변가로 유명하셨다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침묵이 금인 것을 실천하거나 귀 담아 들은 이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어렵게 살던 시절에는 목소리 톤도 높았다시내버스를 타면 설 자리도 비좁은데 사람들은 서로 질세라 높고 큰 소리로 떠들어 댔었다왜 그렇게 시끄러웠을까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았을까고달픈 삶의 불만을 그렇게 수다로 풀어낸 것은 아닐까.  수다는 자기표현이고 소통이며 정신건강에 유익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소리치고 나면 속이 시원하다

  수다스러움은 여자들의 전매특허가 아니다남자들의 수다스러움은 작박구리들의 수다에 비길 바가 아니다술판에서 벌이는 그들의 수다는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하고 싶은 말을 하면 힘이 나는 사람이 있다반대로 말을 조금만 해도 힘에 부치고 기운이 빠지는 사람도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한다좌중을 휘어잡고 분위기를 이끌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다옛날부터 사람을 보는 관점으로 身言書判을 꼽았다첫째가 외모다그다음이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글은 글씨와 문장이다그리고 판단력이란다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십 대를 보냈다삼십 대 사십 대 그 나이에도 말은 많이 아꼈던 것 같다말 주변이 없었고 자신감도 없었다생각은 많았으나 표현이 없었던 것 같다말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은 불편하다고도 했다재미가 없고 멋대가리 없는 사람이라고도 했다지금도 여전히 말 주변은 없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용기도 자신감도 모자람으로 말을 많이 할수록 실수도 많다고 스스로 자제를 한다말을 조리 있게 설득력 있게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찌이익찌익직박구리들은 시끄럽거나 말거나 수다 삼매경을 즐기면서 옆집 찔레나무 울타리에서 찔레 열매를 따 먹는다회화나무 열매도 좋아한다감나무에서 감도 따 먹는다열매를 먹고 껍질과 씨를 뱉는다나무 아래에는 배설물과 함께 그들이 씹어 뱉은 찌꺼기들이 수북하게 쌓일 지경이다녀석들이 나무 열매를 먹고 배설물로 뿌려지면 씨앗들은 발아율이 높아진다여기저기 찔레나무가 자라고 회화나무도 싹이 튼다자연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생존에 도움을 주고 번식을 돕는다나무 열매는 새들이 먹고 배설한 뒤에 싹이 잘 튼다니까 찔레나 회화나무는 직박구리에게 고맙다 할 것이다

 직박구리들도 조용할 때가 있다무료하게 때로는 날렵한 자세로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은 멀지 않은 봄날을 기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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