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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자 May 18. 2022

글 쓰는 할머니의 이야기 58

붙잡아 두고 싶은 오월


붙잡아 두고 싶은 오월


  봄 꽃이 한창이다. 꽃 분홍 철쭉이 곱고 산당화 명자 꽃도 예쁘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얇은 여름옷을 꺼내 입는다.

 오후에 수영장에 갔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처럼 가볍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 냄새가 상큼해서 두리번거렸더니 라일락 꽃이다.

 마침 저녁 해가 넘어가고 있다. 느릿느릿 걷다가 꽃나무 아래 의자에 앉았다.

 사방에서 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데 오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서쪽하늘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붙잡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철쭉꽃은 향기가 없어서일까. 처연(凄然)한 듯 곱다.

 하얀 라일락 꽃은 보라색 라일락과 함께 향기가 좋다.  

 수수하게 생긴 꽃들이 향기가 아름다워서

 세상의 이치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봄의 향연에 취한다.

 운동을 끝낸 듯, 한 젊은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두리번거린다.

  “무슨 냄새야?”혼자 중얼거리듯 무엇을 찾는 시늉을 한다.

 나는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며

  “꽃 냄새가 좋군요. 여기 앉아서 쉬어 가세요.”

 자리를 내주고 일어난다.


   “아!, 5월이구나.”

  새삼스럽게 좋은 계절이라고 감탄을 한다.

  이제 막 새로운 잎을 피워내는 나무들은 연녹색 에메랄드 보석으로

  치장을 시작했다. 투명하게 빛나는 에메랄드, 녹옥(綠玉) 색 보석들이 지천이다.

  오월에는 어린것들이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다.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도 예쁘고 들 풀과 들 꽃들도 사랑스럽다.

  스스로 자신을 키우고 커 가는 그들의 변화가 놀라워서

  아침에도 저녁에도 자주 눈길을 주고 들여다본다.

  “그래, 그렇게 스스로 커 가는 거야!”

  성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하고 대견하다.


 오월은 청춘이다.

 푸르고 싱그러운 기운이 넘치는 계절이다.

 아침마다 나뭇잎은 쑥쑥 자라고 새들도 신록이 우거지는 숲 속에서 사랑을 나눈다.

 누구나, 그리고 나에게도 오월처럼 아름답고 싱그럽고

 꽃처럼 향기롭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무심코 지나쳤을 젊음의 시절에서

 이제는 아주 까마득하게 멀리 와 버렸다.

         세월이 거북이처럼 느리다고 20대 청년이 말했다.

       세월이 유수(流水)처럼 흘러간다고 40대의 중년이 말했다.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이라고 50대의 초로(初老)가 말했다.

       세월이 전광석화(電光石火)라고 70대의 노년이 말했다.

       한평생이 눈 깜짝할 사이라고 마침내 세상을 뜨는 이가 말했다.

                  임보 시 세월에 대한 비유


해마다 다시 찾아오는 오월이 고맙다.

청춘이 좋았던 시절이었음을 어찌 다 꼽아 헤아릴까.

사람들은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젊음이 아름답고 소중했었다고 회상을 한다.

오늘보다는 어제가, 내일보다는 오늘이 청춘이다.

오월은 가지 말라고 꼭 붙잡아 두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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