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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Feb 14. 2021

부캐(양작가)가 본캐(양사원)를 '잘' 일하게 한다?

첫 번째 “작가주의로 일하기 - 현실 직시"

"저는 양사원,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캐 양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를 소개하는 두 문장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양사원이 돈을 벌어, 양작가가 작품 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최고의 서포트를 하고 있다. 그렇게 몇 년을 본캐와 부캐가 함께하다 보니 양사원과 양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곤 한다.


브런치에 회사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양작가는 양사원의 일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번 글은 양작가의 글에 접근하는 방식이 어떻게 양사원에게 영향을 주었는가?라는 주제이다. 


“작가주의로 일하기”


이번 글에서는 작가주의로 일하기 첫 번째, "작가는 현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본다."를 소개한다.


<정확하게 봐야 안다.>


작가로서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최대한 정확하게 보기 위하여 관찰한다. 글을 쓸 때 발견한 사실들이 단단한 주춧돌을 형성하고, 거기에 나의 생각이 올려져야 좋은 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관찰 대상에 반드시 나도 포함한다. 나에게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들은 단지 하나의 관찰 대상일 뿐이다. 


양작가는 '회사와 나의 관계'에 대한 글을 작성할 때 회사에서 내가 겪을 일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다. 사실과 주관적인 의견은 철저하게 구분했다. 물론 잘 되지 않았지만, 최소 방향은 그렇게 잡았다.


이런 양작가의 자세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적용되었다.


회사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온갖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게 흘러간다. 상사의 쏟아지는 지시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온갖 정보들, 마구 쏟아지는 아이디어들, 회사의 역사, 자료 속에 숨겨진 수많은 맥락들 너무나도 많은 정보들이 8시간 앉아 있다 보면 나의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이메일, 회사 챗,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각종 협업툴을 통해서 나에게 알림을 온다. 새로운 정보가 있다고 나에게 소리치면서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보다 보면 정신없다. 뭐가 뭐인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마음은 마구 복잡해진다. 보통 이때 내 마음속 양작가가 나타나서 현실을 제대로 보라고 외친다. 


그러면 나는 이어폰을 끼고 싱잉볼을 듣는다. 

'댕~~~~~댕~~~~~ 칭~~~~~~칭'
그렇게 오래 듣지도 않는다 한 1분 정도? 울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싱잉볼의 소리는 고요함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정보들을 맞이 할 때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생각과 감정들을 걷어 내기 위해서다. '뭐 이리 복잡해라는 생각이랄지, 아 짜증 나 이런 감정이랄지, 이렇게 하면 되겠네라는 무의식적인 판단'들을 단 1분이라도 안 하기 위해서다. 이런 생각과 감정들은 마음의 먼지와 같다. 먼지가 자욱하게 껴있으면 내가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1분간 가만히 있어 본다.


그러고 나서 사실과 의견들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정리해 둔다. 사실들만 노트에 적어놓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의견들에는 질문을 던져본다. 여기에 어떤 전제들이 있지? 근거는 무엇이지? 어떤 사실들이 숨어있지? 왜 이러한 의견들이 나왔지? 마구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다 최대한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한 작업들이다.


예를 들어 고객사의 제안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다양한 직원들에 의해서 마구 해석되고 쪼개지고 들어온다. 최대한 사실들을 골라내려고 한다. 고객사가 했던 말을 일단 있는 그대로 추려내고, 고객사가 처한 상황들을 골라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추론과 실제 현상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 '사장이 몇 월에 변경되었는데 그게 현재 제안에 강하게 미치는 것 같다'라고 동료가 말했다. 여기서 사장이 변경된 건 사실이요 그 뒤에 나온 건 의견이다. 사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의견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낸 동료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곡 없이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았던 현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고객사가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이 왔을 때 바로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보다는 정확히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말 자체를 듣고, 현재 고객사에게 일어난 사실들 그리고 우리 회사의 상황들이 더 적나라하게 보였다. 직시했기 때문에 이게 정말 우리의 문제인지 고객사의 문제인지 알 수 있었다. 


현실을 직시하면 단순 특정 업무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판단도 정확하게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스타트업에서 대표님들의 확신이 가득 찬 회사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모든 사업들이 다 잘 될 것 만 같고 엄청나게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현실들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비로소 회사가 제대로 보인다. 현재 회사 내 각종 지표들 매출, 마케팅 지표, 재무 상황, 투자자나 고객들의 반응들이 중요해진다. 대표님들의 전략이나 방향 등과 함께 이런 현재 현실들과 함께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동료들도 제대로 보인다. 직장에서 '사람' 함부로 쉽게 평가하지말자(https://brunch.co.kr/@gilofgil/96) 글에서도 말했듯이 생각보다 우리는 동료들에 대해서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비로소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는 원리다. 


회사 생활에서 대부분의 문제는 주어진 상황에 대한 왜곡에서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만 보더라도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은 의견들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면서 거기서 의사결정을 하다가 구렁텅이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을 그대로 보면 최소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는다. 


상황이 복잡하다고 생각이 들 때, 온갖 이슈들이 벌어질 때 작가로서의 내가 나타나서 회사원 나에게 묻곤 한다.


양작가 : 양사원 자네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아?????????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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