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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Jun 02. 2021

3개월, 소시오패스 팀장과 함께 한 시간 (1편)

지난 2개월, 내가 의지 할 만한 사람은 팀장님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소시오패스였다.


“새로 들어왔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나는 새 회사로 이직했다. 새롭게 합류 한 팀 분위기는 그저 묘했다.


팀장님에 대한 첫인상은 '요즘에도 저런 팀장님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좋았다. 

환한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회의실에서도, 출근해서 인사할 때도 지나갈 때 잠시 스쳐지나갈 때도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을 정도로 밝게 대하였다.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나에게는 '일을 참 잘하네요? 오랜만에 믿을 만한 팀원이 합류해서 기쁘네요.’라고 말해주곤 했다. 내심 원래 하던 일과 성격이 많이 달라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안심이 되었다. 


이상한 건 팀원들의 반응이었다. 


팀장님이 웃으면서 이야기도 건네고, 살갑게 다가오는데 그것을 팀원들의 표정은 항상 굳어 있었다. 

팀장의 어떤 질문이든 ‘아~ 네에..’, ‘아~ 그렇군요… ’ ‘알겠습니다’

라면서 팀원들은 빠르게 팀장님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모든 팀원들이 대화를 어떻게든 빨리 종료하고 싶어 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묘했다. 머릿속에 팀 분위기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나름 경력직이라서 눈치도 있고, 사람 파악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팀은 좀처럼 분석이 되지를 않았다. 


팀 내에서 사적인 대화는 없었다. 팀원들과 내가 있는 공간 사이사이에는 하루 종일 침묵만 가득했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그 조용함이 더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나마 팀장님이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나에게 틈틈이 말을 건네주었다. 


그래도 팀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팀에서 제일 믿을만한 나의 팀장님에게 메시지 보냈다.  

‘팀장님, 여기 팀 분위기가 묘한 것 같아요.’라고 나는 말했다. ‘사실 팀원들이 좀 그렇지?’라는 팀장님의 답변과 함께 우리 둘의 대화는 40분 간 이어졌다. 


‘내가 팀장인데 이 팀에 대해서 사실 고민이 많다.’ '믿고 의지할만한 팀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라면서 한탄 섞인 메시지가 날아왔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내가 이건 정말 이야기할까 고민하고 말하는 건데...'라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 팀원들이 팀장에게 우르르 몰려와서 '단체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저런 사람이 우리 팀에 들어왔냐고'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다고 했다. 


'걱정 마세요' 팀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했어요.' 

'팀장으로서 우리 팀원들의 이런 모습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최근 팀 분위기가 이상해진 게 팀장이 나를 옹호하는 발언들 때문이라고 했다. 

순간 나는 팀원들에 대한 배신감과 팀장님에 대한 안도감이 동시에 올라왔다. 


나는 조용히 끓어오르는 감정과 함께 '저라도 팀원들이 별로라고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참…'라고 말했다.


‘아 그러니까 팀장인 저만 믿어요. 저하고는 이런 거 말고 일만 하면 되니까요.’

나는 이렇게 말해주는 팀장이 그저 고마웠다.


‘나에 대해 불만을 갖은 팀원’이라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다. 자존심도 괜히 상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팀원들을 아니꼽게 대했다. 팀원들은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그저 나를 무시했다. 그럴수록 나는 팀장님에게 더 의지했다. 더 자주 연락하고 커피도 자주 마셨다. 언젠가부터 팀원과 나는 아침에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퇴근할 때 '안녕히 계세요'만 하는 사이가 되었다.


믿을 수 있는 건 팀장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팀에서 나는 점점 고립되어 갔다. 그런데 그럴수록... 내가 해야 하는 업무들이 늘어났다.


‘이건 팀장님이 하던 업무인데? 왜 나를 시키지?’ 

‘이건 타 부서 업무인데 왜 내가 하지?’


이런 의문점과 함께 팀장은 나의 의견과 상관없이, 일을 마구 시켜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묵묵히 하다가 정 안 되겠다 싶어서, 팀장님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책임 회피하고 그런 사람이었어?’ 

‘내가 얼마나 믿고 있는데,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라면서 온갖 실망했다는 표정을 짓곤 하고, 잘 좀 부탁한다는 말만 던지고 사라졌다. 

처음에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데 내가 믿음이 부족했나?라는 자책감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팀장은 그 뒤에도 어디서 업무들을 갖고 와서 나에게 몰아주었다. 그러다가 사적인 심부름도 중간중간시키기까지 시작했다.


‘내가 진짜 오늘 바빠서 그러는데 가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만 사 와요’

'제가 이런 거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여행가야 하는데 저렴한 비행기 티켓 검색 좀 해주세요.' 


이런 종류의 일들이 반복되자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동료들과는 척을 지었지… 팀장님은 말도 안 되는 업무를 시켜대지… 그런데 나는 그 업무들을 더 거절하지 못했다. 지금 믿고 의지 할만한 사람은 팀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업무는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팀장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을 밑으로 조용히 내리고,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가 진짜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이 이 회사에 단 1명밖에 없어서 그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서 '알겠어요... 할게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회의실 밖으로 나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무언가 당한 느낌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실체가 잡히지 않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데 누군가와 이 이야기를 할 동료가 내 주변에는 없었다.


내가 업무를 거절할 수 있는 요소들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느낌이었다. 업무는 계속 늘어갔고, 시간이 없어서 업무에 대한 실수도 늘어나고, 놓친 업무도 많았다. 내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업무가 잘 되지 않자, 나를 대하는 팀장의 태도도 이에 맞추어서 변하기 시작했다. 


‘야 일 똑바로 안 하냐? XX 응?’

'네가 실수해서 우리 팀이 욕먹잖아, 어떻게 할 거야?'

'뭐가 죄송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죄송하면 너 엎드려뻗칠래? 하루 종일 손이라도 들고 서 있을래?

팀장은 어느 날부터 나를 회의실로 불러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라면 눈 부릅뜨고 같이 소리를 지르던지 했을 텐데… 그러기에 나의 몸과 마음은 방어막이 없는 듯이 너무 지쳐 있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할게요'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여기에 대한 팀장의 답변은 또 다른 종류의 욕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만 되뇌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일을 나에게 던졌다. 던졌다는 표현이 맞는 게 자기한테 온 요청 이메일을 그대로 나에게 전달하기만 했다. 설명도 없고, 할지 말지 질문도 없었다. 나는 그저 알아서 해야 했다. 


스스로 자괴감으로 가득한 아침, 점심 저녁이 이어졌다. 삶 전체가 통째로 부서지는 듯한 기분으로 가득 채워졌다. 월요일 출근하려고 아침에 일어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시체가 된 것 마냥 지친 몸과 마음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언젠가부터 생각이란 것을 하는 것도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퇴사, 이직, 부서 이동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나는 이미 회사 건물 지하 어딘가에 묻혀 있었다... 그저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가 자책감으로 가득하다가 감정이 마구 내면에서 뒤엉키고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어둠이요... 혼돈 그 자체였다.

어느 날 민수라는 팀원 한 명이 나에게 잠시 이야기 좀 하자고 다가왔다. 


1편 끝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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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소시오패스 팀장과 함께 한 시간 (1편)

3개월, 소시오패스 팀장과 함께 한 시간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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