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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Nov 11. 2020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면
얻게 되는 발견의 기쁨

늦은 밤 갑자기 오늘 내가 했던 부끄러운 행동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하루 전날 대표님이 간략한 서비스 기획 (안)을 만들어오라고 지시를 했다. 대략 반나절 정도 작업해서 보고 했다. 결과적으로 대표님은 매우 흡족해 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고 기분이 업되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이 멘트가 나왔다.


이거 1시간 만에 한 거예요.


일단 거짓말이다. 정확히 시간 계산을 안했지만 최소 3시간 이상은 집중해서 작업 했다. 거기다 지하철에서 오고 가는 와중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계속해서 메모 했었다. 작업 시간은 반나절 정도 되더라도, 출퇴근하면서 고민했던 시간들까지 합치면 최소 하루 이상의 시간을 사용했다. 


그런데 왜 나는 굳이 1시간 만에 했다고, 거짓말까지 했을까? 회의가 끝나자마자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굳이 이 이야기를 왜 했지?"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칭찬받고 싶어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게 거짓말의 이유였다. 인생 내내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인정 욕구 증상이 재발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내가 했던 행동들이 떠오를 때가 바로 "골든 타임"이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서 발견의 기쁨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자기부정 왜곡의 길로 가는가에 나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에 이런 행동들이 떠오를 때 좀 고통스럽더라도,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치 예방 주사를 맞을 때 살짝 따끔한 것 같이 말이다. 나를 인정하는 것들이 쌓이면, 면역력이 생긴다. 그래야 더 큰 나를 왜곡시키고 부정하는 사건들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다. 


스스로 인정하는 건 이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칭찬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일 뿐이다. "그래 내가 좀 칭찬받고 싶어서 그랬어. 내가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들을 던지는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말한다. 이러면 나에 대한 발견 세밀하게 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이것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왜곡하기 시작하면 내가 나를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


'솔직히 칭찬받고 싶어서 1시간 만에 했어요'라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이다.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런 내가 싫어서 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인정이나 이런 게 아니라, 잘 따져보면 정말 1시간밖에 안 걸렸기 때문이야"라고 있는 사실을 조작한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대표님의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서"라는 둥, "우리 회사에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말했다"는 둥 무언가 거창한 다른 이유들을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내가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다 부정해 버릴 수 있다. 


즉 내가 나를 부정하고 상황을 왜곡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냥 인정하면 되는데 말이다...


비슷한 사례로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는데, 그 사람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 그런 일이 있으면 마음은 확실히 쓰라리긴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제부터 그만 좋아하던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상황을 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내가 왜곡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사실 나 걔 좋아한 적 없어", "걔 별로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내가 뻔히 했던 행동을 그냥 왜곡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일어난 사실까지 왜곡하기 시작하는 것은 내가 나를 점점 부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왜곡된 나 자신들이 쌓여나간다면, 어느새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내가 아니라 왜곡으로 가득해서 나도 스스로를 알아보기 힘든 나만 남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좋은 점이 많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나도 몰랐던 스스로에 대한 모습을 더 발견하게 된다.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그 자체로 기쁜 일이다. 숨겨져 있던 내가 드러나고, 인정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온전히 인생에서 누리는 것이다. 피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건 점점 내가 스스로를 마주 볼 용기가 쌓여나가는 것이다. 기쁨도 생기고, 용기도 늘어나며 무엇보다 새로운 발견들이 내 안에 쌓여나간다는 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게 된다.


30년 40년이 지나도 나의 숨겨진 모습들이 발견된다는 건 내가 겪은 경험과 내가 사용한 시간 속에서 성숙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가 성장하기 때문에 나도 몰랐던 새로운 발견의 기쁨이 계속해서 인생 내내 이어진다. 그러니 자신을 인정하고 왜곡이 아닌 발견의 기쁨을 오늘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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