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작가 Nov 12. 2020

책임은 책임이고, 나는 나다.

"책임"이 우리를 압박하고 짓누르도록 내버려 두지 말기.

"이건 네 책임이잖아!!!" "너 어떻게 책임질 거야?"
"이거 뭐야 네 책임 아니야?" "그래 이건 다 내 책임이지..."


회사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우리도 모르게 압박감을 느낀다. 마치 누군가 어깨를 무거운 것으로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일이 잘못 흘러가고 있을 때 "이거 담당자 누구야? 누가 책임질 거야?" 이런 책임의 말들이 내가 아닌 남을 향하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우리는 도대체 왜? "책임"이라는 단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걸까?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할당된 업무에 대한 책임, 사람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부여된다. 우리가 회사를 처음 선택 함으로써 나와 관계가 생기는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이 생긴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의 책임의 범위는 직위나 역할과 상관없이 회사 내부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있게 된다.


그렇게 책임은 회사 생활 내내 우리를 따라다닌다. 깜빡하고 있더라도, "야 이거 누구 책임이야?" 이 한마디에 바로 내가 책임자라는 사실들을 깨닫게 되고, 압박감이 시작된다. 결국 우리는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책임을 다한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가 "책임"에게 압박을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책임"이라는 단어는 허구적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압박"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실제 현실보다 우리를 더 무겁게 짓누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책임감 가득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고, 죽어라 노력했는데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죄책감과 자괴감의 감정이 드는 게 "책임에 의미 부여"의 예시가 된다.


한번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책임"을 진다는 건 매우 제한적인 행동밖에 없다. 회사를 관두거나,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정도이다. 아니면 연봉이 남들보다 덜 오르거나, 승진이 늦거나 이런 류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저 "책임"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이유 없이 도망가고 싶고, 섬뜩하기도 하고, 몸을 나도 모르게 움츠려들 뿐이다.


"책임" 단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데, 우리가 두려움, 압박 이런 의미들을 자꾸 부여하니까 우리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하는 것도 맞고, 열심히 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책임”이 주는 압박감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책임이라는 건 우리가 좀 더 열심히 하기 위하여, 내가 이 상황을 주도하는 그런 마음가짐의 일부일 뿐이다. 내가 선택했으니까 이에 대한 결과도 나에게 오는 것이라는 마음가짐 일 뿐이다.


하지만 "책임"이라는 단어는 갑자기 괴물로 변해서, 우리를 짓눌러 버린다. 책임은 책임이고 나는 나인데, 마치 책임에 따라서 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상황들이 나도 모르게 벌어진다. 나보다 책임이 우선시되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있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 내가 존재하기에 책임도 같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는 책임이 먼저고, 거기에 내가 매여 있다고 생각해버린다. 무언가만 하려고 하면, "그래 내가 책임을 져야지"이러면서 나를 자꾸 속박해 버린다. 또한 마치 내가 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면, 스스로를 즉각적으로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책임은 "개념"에 불과하고, 나는 현실 속 "존재"다. 이 둘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책임"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지 그 개념이 내 우위에 있어서 나를 흔드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내 책임 아니야"라고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책임과 나 자신은 별개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우리가 "책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나는 사람들이 책임을 더 기꺼이 감수할 거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져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는 두려움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의미들을 부여하고, 스스로를 짓누르니까 "책임"으로부터 계속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책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나에게 오는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자.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하면, 언젠가 우리가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진다. 1-2번은 어찌어찌 피해 갈 수 있겠지만, 인생에서 우리가 회사를 다니고,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내가 마땅히 져야 할 그 모든 책임들을 회피할 수 없다. 


우리 선택 하나 하나가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정말 넓다. 피하려야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이걸 압박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 전혀 없다. 그냥 "개념" 중 하나일 뿐이다. 


책임은 책임이고, 나는 나다. 단지 그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면 얻게 되는 발견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