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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소영 Jun 08. 2021

후진 취향이 최고의 재테크

갬성만 찾는자여, 그대의 이름은 호구이어라

사무실을 이전한 이후로 출근길에 백화점 사업부와 면세점 사업부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요즘 엘리베이터홀에서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들이 정말 쉽게 볼 수 있어요. 소위 '3대 명품'이라 불리우는 이들 브랜드의 가방이 거의 나이키 만큼이나 흔하죠. 물론 산업의 특성상 좋은 것을 워낙 많이 보고 살기 때문에 안목이 높고, 취향이 무척 고급진 분들이 많은 산업군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편으론 구매력이 따라 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구매력이 취향을 따라주지 못할 때에는 참 괴로울 수 있는 직종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이제 사람이 든 가방과, 신발, 옷을 딱 보면 아 저건 어느 브랜드의 몇년도 즈음에 나온건데 아울렛에서 50% 할인해서 구입했겠구나, 하는 견적이 대충 나와요. 인스타에 나온 남의 집 거실 사진이 보이면 저도 모르게 저거 00브랜드 이미테이션인데, 저 러그 이케아구나, 커튼봉이 다이소네? 하면서 나름대로 평가를 하고, 비평을 하죠. 직업병이랄까요. 그래서 갖고 싶은 #아스티에드빌라트 그릇을 못 살때, 또는 재택근무시에 쓰고 싶은 #허먼밀러 체어를 못사고, #나이키 #덩크로우범고래 중고로라도 살까 말까 고민할 때에 참 슬퍼지고 남과 비교하게 되죠.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예전에 제 친구랑 밥을 먹는데 정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보세더라고요. 그 친구랑 밥을 먹고 버스를 기다리길래 너희 집 어느쪽이냐, 했더니 경희궁 자이에 산대요. 그떄 그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이 친구 앞만 보며 참 열심히 살았구나. 아 그곳 2단지 15억쯤 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결론이 하나 있어요. 좋은 것들을 보고, 쓰는 직업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호텔리어, 명품바이어, 패션매거진 에디터, 수입차 딜러, 그리고 광고회사 AE, 대기업의 마케터. 모두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확률적으로 이런 직업을 가진 분들의 경우 평소 씀씀이가 아마도 평균 이상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차를 살때도 경차보다는 중대형을 탈 것이고, 여행을 떠나더라도 중국보다는 유럽이 눈에 먼저 들어올 것이며, 숙소를 잡아도 게스트하우스보다는 럭셔리 리조트로 선택하겠죠.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씀씀이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샤워 커튼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다이소를 가지 않고 디자이너가 제작한 핸드메이드 린넨 워터프루프를 구입할 것이고, 싱크대 수전을 구입하더라도 이케아가 아닌 독일제 스텐레스로 맞춰 제작하겠죠. 그래서 저의 결론, '후진 취향은 어쩌면 최고의 재테크'이란 것. 물론 그 취향과 안목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소비 지출 자체가 R&D에 해당하는 것일테고 , 그런 소비 경험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거나 제안할 수 있을테니 필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비싼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서 그게 왜 비싼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왜 북유럽의 가구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를 납득하지 못하면서 6개월 할부로 이자까지 내면서 구입한다면 아마도 부자에서 점점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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