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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소영 Jun 02. 2021

성장한다는 것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 그러니까 인재( 또는 고성과자, 또는 능력자든 뭐라 부르던)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꼽고 싶습니다. 애티튜드가 좋은 사람, 부지런한 사람,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 뭐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지만 제가 한 분야를 공부해보고, 여러가지를 경험해보고 내린 결론은 결국,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견디는지가 그 사람을 장기적으로 깊은 사람으로 단련시킨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능때도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 나오면 쉽게 포기를 했던 저였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니 고교시절 어려운 개념을 건너뛰고 공부한 것은 지금이 되어서도 잘 이해가 선뜻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 가령, 선종과 교종의 차이라던가, 주리론과 주기론같은 것들, 내지는 무한구분구적법의 증명이나 구개음화와 자음동화와 같은 것들을 당시에 좀 더 잘 공부했더라면 지금 제가 약간 더 어려운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똑똑하다는 것은 암기력이 좋고, 이해력이 좋다는 것일 수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뇌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가령 15+88+48+51+13+51+73+95 을 암산으로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은 타고난 연산능력이라기 보다는 숫자의 연산을 단기기억으로 외우고, 견디며 9개를 버티느냐가 아닐까해요. 물론 39853 x 23523 을 하고 못하고는 약간 다른 얘기지만 말 이에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한계 중량에서 얼마나 근육에 집중해서 마지막 하나를 더 들고 못들고를 결정할 것이고, 조직내에서 팀웍으로 업무를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 짜증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독서를 하면서 주변에 있는 핸드폰을 한번이라도 덜 만지며 복잡한 개념에 집중할 것이고, 사회 구조와 현상의 복잡한 개념을 오랜 기간 끈질기게 공부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것이 수년, 수십년 이어진다면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우연히 읽게 된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세요. 그는, "라틴어는 문법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명령법, 부정법, 분사, 동명사, 목적분사를 뺀 대략의 능동태만 해도 60여 가지가 넘습니다. 동사의 다양한 어미변화는 물론이고 수동태의 어미변화는 더 복잡해요."라고 설명하며 "라틴어 공부는 평범한 두뇌를 공부에 최적화된 두뇌로 활성화시키고 사고 체계를 넓혀준"다고 설명합니다. 저 또한 인간의 뇌는 얼마나 복잡함을 견딜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느냐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저 어떤 회사의/산업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해서 주식을 사는 수준의 의사결정과, 칼아이칸과 소버린, 론스타,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투자기관들의 재벌 투기의 역사를 꿰뚫고 있느 사람의 의사결정의 수준은 확연히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간은 젊은 시절에 최대한 복잡한 사고의 극한을 경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하루 하루 저 스스로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의 저와, 올해의 저를 돌이켜보면 무언가 새로 얻은 지식이나 지혜도 없고, 그렇다고 뭔가 큰 업적을 세우거나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이든지 하자는 아주 소소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결코 소소한게 아니더라고요. 11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성공율이 10%가 되지 않아요. 특히나 겨울 아침 공기가 추우니 책상에 앉아있기도 어렵지만, 앉아서 무엇인가를 집중해서 한다는 것이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를 정해서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과정 또한 '스트레스 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훈련이 될 것이라고 믿어서 내일도 알람 시계는 06:30에 맞춰두고 일어나보려합니다. 그래서 몸이 06:30에 맞춰서 일어나는 것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그 시간에 운동을 하던지, 유튜브를 보던지, 독서를 하던지, 아니면 조깅을 하던지 해보려해요. 한 편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정말 너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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