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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선 Apr 13. 2017

Extraction Yield - BLIND SPOT

Numeric Dilemma

커피에서 숫자로 표현되는 데이터들은 실제 그 타당성의 검증 이전 앞서 인지적 측면에서 신뢰성에 대한 일종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수치적 결과값들을 도식화 하거나 시각화하는 자료들의 경우는 그 심리적 여파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 같은데 일단 그 검증 이전에 "막연히 과학적일 것이다. 혹은 객관적일 것이다" 라는 모종의 전제를 깔고 자료를 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꽤나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추출 수율(Extraction Yield)에 대한 부분은 특히나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Numeric Marketing 의 최전선에 서 있는 개념이기도 할 것이다. 그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 로스터 혹은 작은 악세서리 파츠 하나에서도 추출 수율이라는 데이터는 - 꾸준히 그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 시장에서 "객관성에 대한 높은 신뢰를 확보한 지표"로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실 나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측면에서 추출 수율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꾸준히 취해오고 있기도 한데, 그 효율성과 지표로서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는 동시에 추출 수율이 가지는 해석적 측면에서의 뚜렷한 맹점을 이해한다면 추출 수율에 대한 집착은 잠시 떨쳐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TDS% 산출의 Numeric Error 가능성


우리가 흔히 추출 수율이라고 말하는 숫자는 커피의 농도를 통해 고형분의 양을 역산(Reverse Calculation)하고 이를 투입한 커피 DOSE에 대한 비율로 재역산 한다. 


사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계산을 통해 얻는 첫번째 수치는 TDS% 로 대변되는 농도인데, 커피의 굴절률을 측정한 값과 실제 수많은 샘플들의 건조 질량비 산출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 시트의 상관관계를 함수화 한 데이터에 대입해 얻는 값이 된다. 물론 이것은 최초로 추출된 커피의 굴절률과 추출된 커피의 TDS% 의 상관 관계가 함수화 시킬 수 있을만한 측면에서의 유의미성을 가진다는 VST社 의 설명에 기인한 것이며, 기타 다른 기관에서 크로스 검증된 결과 값은 아직 발표된 내용이 존재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첫번째 Numeric Error 의 발생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농도와 굴절률의 상관관계는 과학적 토대가 존재하는 명확한 개념이기에 숫자의 무결성을 따지기 이전에 커피 굴절계들이 갖는 굴절률 수치는 일정 부분 이상 농도를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의미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도 커피 굴절계가 측정하는 TDS%(혹은 농도 지표)는 컵 퀄리티에 있어서 그 자체로 꽤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도 한데, 그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추후에 지면을 할애해 정리해보고 싶다.


EXTRACTION YIELD 산출의 BLIND SPOT 


사실 커피의 추출 수율이 비판 받는 경우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바로 향미와 수율의 유의미성에 대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추출 수율은 커피의 농도를 통해 고형분의 양을 추산하고, 투입된 커피의 양에서 이 고형분의 비율을 구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개념에서 추출 수율을 이야기 할 때는 하나 고려해야할 대전제가 존재하는데 이는 바로 "전체 커피 파우더에서 모두 일정한 비율로 추출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추출 수율은 실제로 우리가 측정하는 물리적 수치가 아니라 추출된 커피 고형성분의 양을 이상적 추출 상황을 가정한 상태로 염두하고 역산해낸 추상적 개념이다. 



아마도 위 그림을 참고 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텐데, 동일한 분쇄도의 커피를 18g 씩 담은 바스켓 두개를 가정하고 한쪽에는 분쇄하지 않은 원두 4그램을 추가로 상단에 도징하는 임의 상황을 부여해보자. 세부적인 추출이 모두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실제 추출에 기여하는 커피 파우더는 두 바스켓 모두 황색 영역이 될 것이고 우측 바스켓의 붉은 영역의 원두에서는 추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추출 조건이 모두 같다는 이상 상황을 전제하였으므로, 이 경우 모두 10% 의 추출 농도를 가진 컵을 얻었다고 가정한다면 두 바스켓을 통해 추출된 에스프레소 역시 관능적으로는 동일한 프로파일을 갖게 된다. 하지만, 추출 수율의 측면에서 이를 바라본다면 두 추출은 완벽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수치적으로 따지자면 22g 도징을 가정한 모델에서는 Under Extraction Value 쪽으로 치우쳐진 결과가 발생한다. 즉, 실제로 추출에 기여한 파우더를 고려한다면 22g 을 도징한 경우는 추출 수율 측정시 22g 이 아닌 18g 을 Input Value 로 가정해야 보다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혹자는 이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예라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관점은 커피 입자를 미시적 측면에서 살펴 볼 경우 동일하게 작용한다.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실제 추출에 기여하는 각 입자별 크기와 추출 효율을 따져본다면, 우리가 말하는 추출 수율이라는 것이 실은 꽤 높은 수준의 맹점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추출 수율은 "측정"이 아닌 "계산"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계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투입 원두 입자에 대한 효율성을 변수에 넣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추출 수율에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연유로 추출 수율 범위을 꼭 달성해야 할 목표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따로 부연하지 않아도 그 유용성은 다분히 의미있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무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입자의 추출 효율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추출 수율은 끊임없이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Numeric Dilemma 에 몰아 넣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저 한발짝 뒤로 물러서 왜 우리는 추출 수율이라는 "수치"에 집착하는 것일까?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글 : 서리 이상선 (indend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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