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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y 04. 2022

겁 없는 까치

여긴 고양이 출몰 지역입니다만...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던 4월 초.

애들 밥자리 부근에 연일 잔가지가 수북하게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치우고 또 치우고를 반복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순간 멀리서 나뭇가지를 물고 날아오는 까치를 발견.

그리고선 밥자리 바로 앞에 있는 나무 위를 올려다봤더니

세상에, 언제 지었는지 어마어마한 크기의 둥지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가 번갈아가면서 나뭇가지를 물고 오고 있었다.

일단 생각보다 아주 긴 가지를 물고 와서 놀랐고,

다른 한 녀석이 그 긴 가지를 부리로 야무지게 잘라가며 둥지를 엮고 있길래 다시 한번 놀랐다.

둘은 환상적인 호흡으로 체계적이고 섬세한 작업을 이어갔다.

어찌나 부지런하게들 물고 오던지...

물고 오다 떨어뜨리고, 부리로 자르다가 떨어뜨리고, 그러니 밑에 그렇게 잔가지가 수북할 수밖에...


그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워서 고개 아픈 줄 모르고 한참을 쳐다봤다.

평소에 제일 흔하게 보는 새가 까치인데 이렇게 둥지 짓는 걸 직접 본 건 처음이다.

나에게도 신선한 경험.


위에서 분주한 까치와는 달리, 나뭇가지가 떨어지든 말든 아무 생각 없는 뚱냥이 둘은

이렇게 둥지 아래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을 뿐.

도통 새한테는 관심이 없는 두 녀석. 너희 고양이 맞지...?

처음에는 밥자리 때문에 까치가 이곳에 자리를 잡았나 했지만

밥자리에는 새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라서 그건 아닌 것 같다.

나무가 큰 것도 아니고 아파트 앞이라서 딱히 좋은 위치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똑똑하다는 까치 녀석들이 그곳을 택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예전에 참새가 베란다 옆쪽에 알을 낳은 적이 있어서 그때 생각도 나고... 마냥 신기했다.


그렇게 한동안 열심히 가지를 물어다 놓던 까치는 마침내 둥지를 완성했고,

알을 낳은 건지 요즘도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 사이 나무에도 새파랗게 잎이 올라와서 이젠 둥지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그 뒤부터는 공원을 가도 나무 밑에 떨어진 잔가지들을 보면 새들이 둥지 짓다가 떨어뜨렸구나 싶어 피식하게 된다.

자주 보는 동물이면서도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새들조차

이렇게 평범한 일로 인간을 웃게 만드는 걸 보면

과연 동물들의 치유 능력(?)이란 대단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집 짓느라 고생한 만큼 모쪼록 부화까지 성공하길!

당시 사진. 이렇게 가까이서 새 둥지를 본 건 처음이다.
지금은 새파란 잎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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