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에 입버릇처럼 '우연히'를 남발하던 애가 있었다. 사실 유무를 확인하기 힘든 성격의 사건들을 -이를테면 유명 연예인을 만나 같이 어울렸으며, 그가 본인에게 사업 제안을 했다는 식의 확인할 길이 없는 종류의 자기 자랑들- 스포츠토토(사설 토토가 아닌)에서 배팅했던 몇 게임을 (거의 늘) 다 맞추었으며, 경품 당첨 또한 심심찮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랑하곤 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옛날부터 거짓말쟁이로 불리었으며, 그 애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자랑하는 행운들을 얻게 된 계기는 늘 '우연히'였다.
허언증이 있던 그 친구가 남들에게 내세울 자랑거리를 생각해 내고,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할 근거로 가장 쉽게 떠올린 것이 아마 '우연'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연'이란 단어는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은 단어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하나하나 설명거나 아귀를 맞춰 볼 필요도 없다. 그냥 단어 하나로 끝난다.
'우연히'
하지만 우연은 정말 어쩌다가 한 번 일어나야 우연이다. 계속 일어나게 된다면 누구나 그것을 말하는 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우연의 맛을 본 이는 그것의 편리함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이 '우연'의 편리함은 거짓말쟁이들에게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 특히나 마치 건축물을 쌓아 올리듯 촘촘한 구조를 가져야 하는, 스릴러 장르를 쓰는 이들에게도 역시 마법과 같은 힘을 가진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거짓말쟁이 친구의 사례와 같이, 우연을 한 번 두 번 자꾸 남발하게 되면 안타깝게도 그 이야기의 신뢰성 또한 같은 비율로 사라지게 되더라. 결국에는 거짓말쟁이의 말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이야기.
테트리스의 묘미는 정말 급박할 때 떨어지는 기다란 작대기라고 볼 수도 있다. 이야기에서 '우연'이란 그 작대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떨어져야 재밌지 자꾸 떨어지면 재미없다. 치트키 쓰고 하는 게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