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디자이너의 실제 이직 면접 리뷰
첫 번째 회사는 1년 11개월, 두 번째 회사는 1년 6개월을 다니고 퇴사를 했다. 이후 7개월 동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했고, 현재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이직의 경험은 적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면접을 보러 간 적도 꽤 있었고 퇴사 후에는 내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나의 실력과 포트폴리오를 평가받기 위해 면접을 다니기도 했다.
면접을 계속 다녀보니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질문들은 면접이 끝나고 노트에 리스트를 만들어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나의 방향성을 뾰족하게 만들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면접을 보면 볼수록 자신감이 생겼고, 어느 순간 면접에서 나에게 하는 질문들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답했는지 간단하게 기록했다. 참고로 이 글은 면접 합격 비법에 대한 글이 아니다. 그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정리한 질문 리스트이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가볍게 지원자의 이력서를 살펴보는 시간이고, 지원자 입장에서는 준비해온 자기소개를 말하면서 긴장을 푸는 시간이다. 너무 거창하고 구체적일 필요도 없이 가볍게 1분 이내로 준비한다. 나의 경우 첫 시작은 '안녕하세요, 0년 차 디자이너 조은정입니다.' 마지막은 '무언가 만드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자기소개는 한 개의 스크립트를 잘 준비하면 어느 회사에 가서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회사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 가끔은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돈 많이 준다고 해서요!', '재밌어 보여서요!', ' 워라벨이 좋아서요!' 의외로 쫌 단순한 이유 이기도 하나... 너무 솔직하게 말할 수 없으니... 나의 경우 내가 퇴사 한 이유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얘기하며 이 회사에 지원했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내가 지원한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가는 건 정말 중요하고 실제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준비한다.
디자이너 면접에 들어가면 꼭 큰 화면에 나의 포트폴리오가 띄어져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설명해 달라는 회사가 있고 면접을 보다가 해당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보조 자료처럼 띄어놓고 부분 부분 설명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면접관들이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보지 않고 면접을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짧은 시간 안에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내 포트폴리오를 발표하는데 말을 더듬거나.. 설명을 잘 못하면 너무 부끄럽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제일 중요하다!!!
소규모 스타트업 회사들을 다녀서 그런지 회사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물어본다. 스타트업을 다닌 디자이너라면 진짜 별별 업무를 많이 했겠지만 최대한 지원한 회사의 업무내용과 비슷한 내용을 강조하여 말한다.
4번 질문 다음엔 자연스럽게 퇴사한 이유를 물어본다. 이 부분은 워낙 개인마다 이유가 다양하고 복합적일 거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스타트업 특성상 프로젝트의 방향 또는 회사의 근본적인 방향성이 달라지면서 업무의 롤이 작아지거나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이직을 결정한다. 예전에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좋은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엔 ‘이직은 성장을 위한 하나의 발판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니 퇴사와 이직의 부담이 작아졌다.
이 질문은 평소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나는 생애주기에 맞는 디자이너, 창작가, 메이커가 되고 싶다고 말을 한다. 나이,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삶에서 지금 내가 관심 있고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무언가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사실 나의 대답이 추상적일 수 있는데 어떤 면접관이 '은정님이 가려는 길은 디렉터의 길이군요?'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이전까지 내 커리어에서 '디렉터'라는 키워드를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면접을 보면서 나의 꿈과 목표에 대해서 더 넓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면접관의 대화에서 누군가 나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고, 나도 다양한 질문에 대답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면서 면접이 재밌어졌다.
겸손은 잠시 넣어두고 정말 나의 강점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내가 잘하는 부분과 전반적인 업무와 회사생활에서 잘하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도 지원하는 회사의 성향과 업무내용을 파악한 후 면접관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들리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브랜드를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것은 평소 나의 관심사와 취향을 물어보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소개팅을 할 때도 나와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좋아하는 것들이 비슷하면 괜히 호감도 더 가고 그 사람이 흥미로워지는 것처럼 디자이너가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와 취향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 한 페이지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브랜드, 크리에이터, 감독, 상점 등등 리스트로 정리해 놨다.
실제로 면접에서 나의 취향과 일치하는 면접관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반가워하며 분위기가 좋아진다.
면접관과 지원자 서로에게 중요한 질문이다.
나는 이런 일을 할 거라 기대하고 왔는데 면접관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생각한 업무와 다를 때가 종종 있다. 내가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맞지 않으면 합격해도 가지 않는다.
9번 질문처럼 이 질문 역시 회사와 나의 FIT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얼마나 회사에 만족하며 오래 다닐 수 있는지 파악하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출근 시간은 적당해야 하고, 연봉은 이 이하는 절대 안 되고, 회사 규모는 소규모 였으면 좋겠고, 분위기는 자유로웠으면 좋겠고.... 너무 많지만 그래도 딱 한 가지를 얘기해야 한다면 개인이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업무 자율성과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직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은 금방 지루함을 느껴 버리고, 디자이너의 업무 제약이 많은 곳은 성장하기 어려운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나에게 중요한 부분은 얼마큼 내가 능동적으로 재밌게 일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질문은 나에게 좀 더 포커싱 된 질문이다. 4년 동안 이공계 미디어학과를 다니면서 C언어, 데이터 시각화, UX 디자인, 영상이론 등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중에서도 기획 쪽으로 공부를 많이 했는데 갑자기 왜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자주 물어본다. 디자이너로서 전문성이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나는 '대학교 때 폭넓게 배운 지식들과 과정들이 있기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있어 속도가 빠르고, 다양하고 넓은 시각으로 디자인을 접근할 수 있어서 오히려 강점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면접관도 나를 공격하거나 압박하기 위해 하는 질문이 아니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 같다.
첫 시작에 '자기소개'를 물어보는 것처럼 마지막 마무리를 의미하는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나요?' 시간이 있다. 나의 경우 면접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물어본다. 예를 들면 1) 회사에서 디자이너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지 2)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은 어떻게 구성되고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 업무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물어보고, 그 이후에는 좀 더 가볍고 편한 질문들을 한다. 1) 컴퓨터 작업 환경은 아이맥으로 제공하는지 2) 점심시간은 몇 분인지 3) 식대는 얼마까지 제공하는지 등 정말로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편하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12개의 질문 리스트를 쭉 보고 '뭐야! 너무 뻔하잖아! 너무 당연한 질문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정말 질문은 뻔하다. 하지만 회사마다 원하는 인재형이 있다보니 전략적으로 말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매끄럽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나는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12개의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간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다른 디자이너들도 면접 시에 자주 듣는 질문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