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디지털 수작업으로 시작해서 개발까지 제작과정
회사를 다니면서 동시에 '스몰빅웨딩'이라는 웨딩 콘텐츠와 청첩장을 만드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혼자서 기획부터 디자인, CS, 배송 등 모든 걸 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디자인을 좋아하고 구입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내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최근에는 <커스텀 웨딩 캐릭터 만들기> 서비스를 오픈했는데(25.03.14),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레드에 팔로워 100명도 안됬었는데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유입되기도 했다. 짜릿했던 순간도 있지만 힘들고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기에 이번 프로젝트의 작업 과정을 차근차근 돌아보며 보며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신규 제품 아이데이션
신규 청첩장 디자인을 고민하는 중, 캐릭터 일러스트가 들어간 청첩장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고객의 캐릭터를 맞춤형으로 제작하기에는, 1인 운영자로서 감당해야 할 디자인 리소스가 너무 많다고 느꼈다. 자연스럽게 웨딩 캐릭터 제작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예전에 참여했던 생성형 캐릭터 제작 프로젝트의 경험을 발전시켜 기획을 디벨롭해 보기로 했다.
2. 개발 전 가설 검증
요즘엔 미리캔버스에서 셀프로 청첩장을 제작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캐릭터 일러스터가 들어간 청첩장의 니즈를 확신할 수 없었다. 또한 사람들이 내 캐릭터 스타일을 좋아해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이트 개발을 진행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을 먼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신청서를 받아서 수작업으로 캐릭터를 제작해 주는 간단한 폼을 만들었고, 그 당시 팔로워가 100명이 안되던 스레드에 가볍게 올려봤다. 그리고 바로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신청서가 200건 넘게 쌓여 있었다.
분 단위로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신청서는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기분은 정말 좋았지만 동시에 '작업을 언제 다하지?' 막막함에 밥도 안 먹고 바로 카페로 달려가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절망했다. 캐릭터 10건을 제작하는 데만 1시간이 걸리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쉬지도 않고 10시간을 작업해야 100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사살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눈 깜짝할 사이 신청 주문은 300건을 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감당이 어려워져서, 신청서를 오픈한 지 22시간 만에 신청서 접수를 마감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총 439건의 신청서가 접수됐다. 수작업으로 해야 될 작업이 막막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 반응이면 충분히 사이트 개발을 해도 될 같은 확신이 들어서 흥분된 마음으로 이전부터 스몰빅웨딩 모바일 청첩장을 함께 개발해 주신 개발자 희진 님께 연락했다.
"우리 당장 웹사이트 만들어요!"
3. 한 달안에 기획부터 개발까지
조회수 급등으로 인한 도파민은 잠시였다. 내 앞에는 단 하루 만에 쌓인 439건의 커스텀 주문서가 있었다. 평일에는 9시부터 6시까지 회사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수작업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공유했다. 심지어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서 그 자리에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첫 주는 팔과 눈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너무 힘들어서 '어쩌자고 이렇게 대책 없이 주문서를 받았을까' 후회도 했지만, 1주일 뒤에 나는 또다시 커스텀 신청서를 오픈했다. (그렇게 힘들어했으면서 왜 다시 오픈했냐고?)
자동으로 직접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가 완성되기 전까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끊이지 않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매주 4번의 신청서를 오픈했고, 중간에 새로운 아이템도 업데이트하며 결국 702건의 캐릭터를 수작업으로 작업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순수 작업 시간만 약 70시간이었다. 반복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블로그에 후기 콘텐츠들이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70시간의 디지털 노가다도 벅찬 상황에서, 동시에 웹 개발을 위한 디자인 소스를 다시 만들고 개발자 희진 님과 레이어 테스트를 진행해야 했다. 과거에도 생성형 캐릭터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 웨딩 캐릭터 커스텀 작업은 커플 캐릭터에다가 아이템이 다양해서 훨씬 더 복잡하고 엣지 케이스가 많아서 작업 난이도가 높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한 달 안에 최대한 빠르게 오픈하는 걸 목표로 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우선 1~2주 차 까지는 복잡한 레이어 테스트와 엣지 케이스 대응을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아이템 컬러 선택 옵션을 다양하게 넣고 싶었지만 작업 시간이 늘어날 것 같아서 가장 요청이 많았던 여자 헤어컬러만 컬러 선택 옵션을 추가했고, 사이트를 만들 때 웹뷰와 모바일뷰 중에 SNS에서 유입됐을 때 바로 사용이 편하도록 모바일뷰로만 제작을 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오픈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요청사항을 하나씩 추가로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회사업무, 디지털 노가다, SNS관리, 신규 개발까지 정말 정신없는 한 달이었지만 함께 기획 방향성을 고민해 주고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반영해 주신 개발자 희진 님 덕분에 일정 안에 무사히 오픈할 수 있었다. 그렇게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맞춰 우리의 <셀프 웨딩 캐릭터 만들기> 서비스가 정식 오픈했다. 다시 한. 번 사람들이 좋아해 줄지 걱정과 기대를 안고 스레드에 서비스 오픈 소식을 올렸다.
<셀프 웨딩 캐릭터 만들기> 링크 : https://customcharacter.smallbigwedding.kr/
올리자마자 마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이트를 바로 방문해 주셨고 순식간에 확산이 되기 시작했다. 또 한 번 반응이 터진 것이다!(2편에서 계속됩니다.)
실제 고객들의 반응, 성과, 아쉬운 점, 다음 계획 등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5월 연휴 중에 업로드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