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일 일하는 프리랜서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브런치는 경험이 쌓이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길 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 들어올 때마다 나의 인생 히스토리가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쓴 이유도 최근 1년간 내 삶에 재밌는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현재 나는 주 3일은 회사 일을, 주 4일은 프리랜서 일을 한다. 동시에 내 사업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심지어 놀라운 점은, 주 7일을 일하고 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워라밸을 느끼며 균형 잡힌 일주일을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그래서 오늘 3년 차 프리랜서의 하루 일과와 일주일을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3년 차 프리랜서 '조디'의 일주일 스케줄
3년 전, '나는 회사와는 영원히 끝이야!'라고 야심 차게 말하며 퇴사를 했다. 그렇게 프리랜서로 고군분투하며 일 한지 2년 차가 되던 해에 함께 호흡을 맞췄던 클라이언트로부터 입사제의를 받게 되었다.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결국 회사에 들어가도 다시 내 사업을 하고 싶다고 뛰쳐나올 엔딩이 너무 확실했다. 그런데 1인 프리랜서로 일 하다 보니 작업의 예산 및 규모가 크지 않고, 단발성 작업이 많아서 회사 생활에 대한 그리움도 컸던 시기였다. 결국 고민 끝에 벌려 놓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주 5일 풀타임 회사 생활은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대신 주 3일 정도 파트타임 근무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제안드렸는데 생각해 보다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셨다. 확실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프리워커, N잡러 등 다양한 방식의 업무 환경들이 생겨나면서 나의 제안도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22년 9월부터 정규직 파트타이머로 입사를 했고, 주 3일(월/화/수)은 재택으로 회사 일을 하고 있다. 한 달에 2~3번 정도는 팀원들과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점심도 먹고 미팅도 하며 아주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회사는 딱 3일을 다녀야 좋은 것 같다.)
월급도 고정적으로 들어오니 더 이상 다음 달에 일이 없을 까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그 덕분에 프리랜서 일도 진짜 내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회사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프리랜서 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나는 돈 버는 일을 아주 좋아한다. 내가 열심히 일 한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만큼 돈을 많이 받게 되는 프리랜서 세계는 아주 중독적이다. 한 때는 이 중독에 빠져 미친 듯이 일만 했는데 동시에 건강도 많이 안 좋아져서 지금은 속도를 많이 줄인 상태다. 현재는 나를 홍보 거나 영업하는 일은 따로 하지 않고, 예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클라이언들과 지속적으로 일을 하거나, 자영업/창업을 한 지인들의 브랜딩 업무,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본 회사로부터의 제안들이 왔을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 평소 목/금/토/일 4일 정도는 프리랜서 업무를 위해 시간을 할당하는 편인데 매주 고정된 스케줄은 아니라 유동적으로 사용한다. 평균적으로는 한 달에 1~2건의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고, 프리랜서 일이 없을 때는 자기 계발 시간으로 편성한다.
아무래도 프리랜서 업무는 수입의 플러스(+) 알파 영역이라 많이 벌면 좋지만 지금 주 3일 회사 월급만으로도 생활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프리랜서 업무를 축소한 가장 큰 이유는 올 해는 프리랜서 업무보다는 '나' 자신에 에게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바로 아래에서 풀어보겠다.
디자이너 업무 특성상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춰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일이 많다 보니 항상 '내 것'에 대한 욕망을 풀고 싶어 했다. 그래서 프리랜서 2년 차에 '좋아하는 물건들을 팔아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room206'이라는 온라인 편집샵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6개월 만에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사업'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걸' 대책 없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온라인 편집샵과의 차별점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편집샵을 생각했다면 다양한 제품과 꾸준한 업데이트가 필수였는데 그걸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 올리는 수요 없는 공급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짧은 경험이었지만 나는 지금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고, 실패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프리랜서 일을 줄이고 그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으로 올해 1월부터 거의 매일 평소에 안 읽던 자기 계발 책도 겸손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고, 성공한 사람들의 전략을 분석하며 조금씩 따라서 실천해 보며 노력하고 있다. 내가 회사원에서 프리랜서가 됐을 때도 1-2년 정도 힘들었던 과정을 생각하면 지금의 삽질? 도 분명 나중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단지 좋아하는 마음으로부터 새로운 걸 시도했다면, 이번에는 나의 개인 블로그를 R&D공간처럼 활용해서 내가 제공하는 콘텐츠 중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내가 해결하고 도울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분석하며 나의 Next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4월 초 예상)
24시간 하루의 리듬
위에 내용만 놓고 보면 7일 동안 일 만하는 워커홀릭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주말에는 친구들도 만나고 데이트도 한다. 그리고 나의 24시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간중간 나를 위한 휴식과 여백을 적절하게 배치해 놨기 때문에 하루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시간대별 나만의 업무 리듬도 있어서 굉장히 다채로운 하루를 보내는 느낌도 든다. 막상 보면 생각보다 평범한(하지만 너무 소중한) 나의 하루를 소개해 보겠다.
나의 하루는 9시부터 시작된다. 지독형 새벽형 인간이라 9시에 일어나는 것도 진짜 힘들어했는데 다시 회사 근무를 시작하면서 규칙적인 루틴이 생긴 것 같다. 9시부터 10시까지는 주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모닝페이지와 독서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10시부터 12시까지는 스케줄을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 업무 및 빠르게 쳐낼 수 있는 가벼운 업무들을 처리한다.
점심을 먹고 1시부터 7시까지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시간이다. 집에서 일하다가 집중이 안되거나 날씨가 좋으면 산책도 할 겸 근처 카페에서 작업을 한다. 최대한 이 시간 안에 오늘 하기로 한 일들을 반드시 끝낸다는 마음으로 아주 전투적으로 일을 한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하거나, 복잡한 업무들을 최대한 2라운드 안에 다 끝낸다. 그래야 3라운드 시간에 깔끔하게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3일 7시~8시 저녁 시간에 요가를 하고 있다. 요가 자체만으로도 명상하는 효과가 있어서 일하느라 복잡했던 심신을 정리해 준다. 아무리 바빠도 요가는 꼭 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외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서 정말 매일 1시간 이상? 저녁을 준비하며 맛있게 남편과 식사를 하고 유튜브도 보고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씻고 다시 책상에 앉으면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자유롭고, 유동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를 보며 2라운드때 다 끝나지 못했던 잔업을 할 때도 있고, 책 읽기, 블로그 글쓰기, 스케치하기, 아이데이션 하기 등 나에게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시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 하는 루틴은, 오늘 있었던 좋은 일 3가지를 일기장에 적다 보면 하루가 참 충만하다는 기분이 든다.
확실한 건 지금 나의 시간은 회사원 일 때처럼 주 5일 근무, 주말, 공휴일 등의 단위로 구분되지 않는다. 오직 나를 위한 시간으로 하루, 일주일, 한 달이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하루가 늘 만족스럽고 주 7일 일해도 힘들지가 않은 것 같다. 종종 주변 지인들에게 나는 주 7일 일 하고 주 7일 논다고 말할 때도 있다. 결국 일하는 시간도, 쉬는 시간도 나의 속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진정한 '워라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간은 상대적이라 누군가에게는 나의 일정이 빡빡해 보일 수도, 당연해 보일 수도, 혹은 여유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누가 뭐래도 나의 속도에 맞춰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잘 보낸
'나'를 응원하며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