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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ul 03. 2020

위로위주

나의 위로가 당신에게도 위로가 된다면






“어디 어디 가 보셨어요?”







Tangier. Morocco. 2020. © Julie Mayfeng






사람들을 만날 때면 하나 같이 묻는 질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디 어디'라고 대답하기 어려웠다. 여행한 나라들을 줄줄이 늘어놓자니 길어질 게 뻔하고, 그래서 나의 대답은 주로, “음… 몇 개국 정도 가본 것 같아요.”에서 그쳤다. 그러면 늘 따라오는 질문은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였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도 또 막혔다. 가장 좋았던 곳의 기준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시원하게 한 곳만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글쎄요, 사진 작업하기 가장 좋았던 나라는 인도였고요…… 글 작업을 하며 머물고 싶었던 곳은 그리스의 섬들이었어요. 그리고 오직 쉬고 싶었던 곳은 발리의 우붓이었어요.” 한동안 그렇게 대답하곤 했었다. 여행 경험이 얼마 되지 않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샌프란시스코였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여행 경험이 더해갈수록 대답도 꽤 구체적으로 변했다. 지금 대답해야 한다면 아마도 거기서 살이 더 붙을 것이다.



목과 어깨가 아프고 난 후로 글 쓰는 작업을 잠시 쉬고 있다. 메모 정도만 하고 있으니 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병원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받는 일을 줄이라고 하는데, 그게 어찌 내 맘대로 되는 일인가. 그래도 노력하기로 하고, 쓰고 있던 에세이시베리아 횡단기 및 탕헤르 에세이 작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사실 글이 문제가 아니라, 중간중간 쉴 줄 모르는 내 성격이 문제다. 글은 상당한 정신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데, 즐긴다고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끊임없이 잘 쓰시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그러니 당분간 만이라도 모든 머리 쓰는 작업은 잠시 놓아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빈둥빈둥거릴 수는 없지 않은가. 조금 더 즐거운 방식으로 뭐라도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



그동안 사진을 찍는다고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사진들이 꽤 많이 쌓였다. ‘이제 그런 질문들에 제대로 답해보면 어떨까?’ 아카이브를 뒤져 <내가 가 본 가장 아름다운 장소 10곳>이라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내가 좋아하고 위로받았던 <여행 명언>들을 모아 번역하고 정리를 했다. 그리고 <위로위주>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Tangier. Morocco. 2020. © Julie Mayfeng






나는 아무래도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위로’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위험한 길’이라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이다. 어느 순간 예술이라는 끝도 없는 길로 들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잘하고 있는지 검증을 하고, 그러지 못할 때에는 늘 헛헛하여 위로를 찾았다. 그래서 그리 떠돌아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음악과 시, 문학을 가까이하고, 내게 위로가 되는 것들이라면 모으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올리는 영상들도 대부분 ‘위로’와 연결되는 것이었다. 채널명도 원래는 여행과 관련된 걸로 지었다가 자연스레 위로가 들어가는 이름으로 다시 짓게 되었다. 위로와 위주는 띄어 써야 맞겠지만, 내 맘대로 붙였다. 내가 거닐던 길, 내가 맞았던 비와 바람, 내 감각을 움직인 소리들과 냄새들...... 내가 보고 만났던 모든 것들은 모두 내게 위로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아름다웠던 위로의 장면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나누고자 한다. 단 몇 사람에게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또 위로를 받을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여행 명언 21






내가 가 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10곳






그곳이 어디든,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위로. - 모로코와 서울 사이






탕헤르를 여행한 이유 - 모로코 탕헤르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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