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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쑤 Jul 23. 2018

기도

인도 푸쉬카르

푸쉬카르 호수는 신성하다고 믿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에 앉아 기도를 한다. 양손을 모아 펴고 그 위에 꽃잎들을 한 가득 올리면 기도가 시작된다. 소원을 빌기에 앞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리는 것이 기도의 순서다. 그렇기 때문에 소원은 나지막하게 부른 이름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되어버리고, 자연스레 기도는 더이상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된다. 새들이 날자 마치 그 날갯짓에 바람이 인듯이 호수가 함께 밀려왔고, 사람들은 거기에 그 마음을 담은 꽃잎들을 띄워보냈다. 푸쉬카르의 호수는 이런 마음들이 모여있는 호수였다.


종교라고는 믿어본 적도 없는 내 여행에는 언제나 종교가 따라다녔다. 사하라 한 가운데 일출 시간에 보랏빛으로 물들던 하늘, 밤새 차가워진 모래 위에 그대로 엎드려 한참을 고요히 멈춰 있던 베르베르인, 낙타 위에서 그를 높이 내려다보며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던 나.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 못이 박힌 예수를 뉘였다던 상단에 무릎을 꿇고 키스를 하던 사람들, 또 거기서 한참 눈을 뗄 수 없었던 나. 나는 종교가 단지 기댈 곳이 필요한 사람의 나약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오늘 나는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며 타인을 위해 꽃을 띄우고,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두 손을 모을 수 있는 자들이 사실은 얼마나 강한 자들인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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