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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May 03. 2024

작가의 길



남들 앞에서는 내가 해맑게 잘 웃고

밝으니까

남들은 내가 이룬 것들이

모두 쉽게 쉽게 이룬 것처럼 보이겠지만

절대 아니다

방송작가가 되기까지

9살때부터 매일 치열하게 독서 글쓰기

사람 관찰 다양한 무대 활동 봉사 등을 했고

남모르는 곳에서 정말 열심히

독서를 했다

내가 책 읽고 방송원고 쓴 것처럼

공부했으면 하버드를 갔을 것이다


작가를 꿈꾼 이후로 해마다

글쓰기대회에 출전했고

5년 만에야 교육청 장관상을 타고

독서를 치열하게 하는 조용한 침체기를 거쳐

또 5년 만에 전국 글짓기대회에서

1등을 하고

연극 연출, 방송국 아르바이트, 각종 아르바이트를 한 끝에

대학교 4학년 2학기때

7년 만에 방송작가로 취업하기까지.

그리고 또, 3개월 만에 입봉했지만

더 배우기 위해

다시 다큐 막내작가 시절을 1년 거쳐

그곳에서 선배님들이 입봉시켜준다고

안한다는 나를 부여잡고 설득을 하셨지만

하나 하나 바닥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다 돌며

예능 교양 뉴스 다큐멘터리 생방송 토크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하기까지.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섭외나 취재 프로그램 기획 구성 자막을 하기 위해

타 프로그램 선배님들 원고를 많이 보고 모니터했고

글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독서, 수업 듣고

영화 드라마 프로그램 공부

선배님들에게 물어보고

선생님 찾아가서 배우고

쓰고 또 쓰고...

쉬지도 않고 오로지 글,

한 눈 한 번 안 팔고 글공부 30년,

작가로는 20년.

글공부만 해왔다


간혹 너무 오래 앉아서 일만 해서

맹장 위염 장염 손마비 등으로

응급실로 여러 차례 실려갔고,

몸이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버티고만 사니까

글쓰려고 앉으면

공황장애처럼 숨 막히는 증상도 왔었다


다행히, 몇 년을 봉사활동 묵주 기도 등을 하고

좀 글을 쉬고 나서야...

숨 막히는 증상도 사라지고

몸 컨디션도 회복될 수 있었다


20대 초반부터

하루 4시간 자고 일주일에 3일을 밤새고

꼬박 이틀 열흘을 잠 자지 않고

방송원고를 쓰며

그것이 내 사명이고 인생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훈련처럼 글쓰는 것이

몸에 베인지라

이제 앉으면 기계처럼 글이 나온다

하루에 10장 30장도 마음 먹으면 쓴다


말하는 것 수다 떠는 것도

너무 좋아하지만...

이제 말보다 더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건

글쓰기다


그러나

누구에게 일로 말 듣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다음 단계 넘어가는 것이

내 선에서 오더가 안 떨어지면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도 스케쥴이나

최종 대본 컨폼은 내 선에서 내렸다


그래서 내 대본이 내 성에 차지 않으면

내기를 꺼려한다


방송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쉬지 않고 이 공부도 꾸준히 해왔고

내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기도 했고

최고 피디님들 작가님들에게

대본으로 인정받기도 하고

여러 차례 좋은 기회도 왔지만,

여전히, 내 글을 낸다는 건

이렇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수도 없이 쓰고 고치고 해도

아직도 성에 안 찬다


피고름으로 쓴다 한다

엉덩이로 오래 앉아 쓴다 한다


정말 글만 쓰다가...이러다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순간도

수없이 버티고 이겨냈다

방송원고를 쓰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도 잘 이겨냈다


늘 방송일을 하고 글을 쓰면서도

내가 작가임을,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며

그렇게 20년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늘 어려운 건 글쓰기다


한 편의 글을 내기위해

수도 없이 수정을 하는 나를 알기에...

언제쯤이야 편안하게 글을 쓸까 싶지만

소설을 쓸 때는

방송보다는 시간 제약이 없으니까

낫지 않을까 싶다

방송대본 쓰는 게 밥 먹듯

내 적성에 딱으로 했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 때마다

그 틀을 만들 때마다 이렇게

혼자 전쟁이다


온에어 들어가면 죽도록 더...

이렇게 힘든 걸 왜 하냐 하면

이것 밖에 잘하는 게 없어서 한다

이걸 할 때의 내가 가장 나같아서 한다


이 과정만 하나 넘기면,

꼭 하고 싶은 것들도 있다

이 과정만 넘기면

안 해봤던 것들도 하며 살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지만

지금은 이걸 해야 한다


쉴 줄을 몰라서, 어떻게 쉬어야하는지를 까먹어서...

그러나 이제는 내 몸 마음을 돌볼 줄도 안다

그러다 보니 너무 편안해졌었나보다


다시 살짝 긴장감을 갖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이 일을

목구멍에 늘...얹힌 것처럼 있어서

놓을 수도 없는 이 일을...

제발...이번에는 자알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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