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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09. 2021

1시간

꽤 길고 충분했던 그 시간



머릿속에 가지고만 있는 생각들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고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만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만으로는 그 생각이 무엇이 되기에는 전혀 충분하지가 않다. '그렇게 하려고 했어', '다 생각하고 있었어'와 같은 정도의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아침 문득 평소보다 아주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보통이면 잠이 깬 것을 아쉬워하며 잠이 더 달아나기 전에 얼른 다시 잠을 청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왠지 그러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노트와 펜을 들고 그동안 마음으로만 수백 번 하려고 했던 글쓰기를 해보았다. 사실 글이라기보다는 메모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펜으로 노트에 옮기다 보니 신기하게도 그 생각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세포분열을 하듯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서로가 연결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글이라는 형태로 전환시킨 것뿐인데, 생각이 글로 글이 또 생각으로 서로 작용하며 만들어내는 효과는 놀라웠다.


1시간이었다. 잠자고 있던 내 생각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글로 표현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1시간이면 충분했다.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것들이 막상 글로 써나가기 시작하자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내 사진과 사진 속에 담긴 뒷 이야기들, 15년 동안 사진을 해오며 가져온 질문 고민들 그리고 내가 찾은 답들이 그것이다. 그 시간에 기록한 짧은 메모들이 밑바탕이 되어 나의 브런치를 채워나갈 것이다. 생각이 글로 글이 또 생각으로 작용하며 훨씬 더 많은 것들로 펼쳐지게 될 것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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