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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09. 2021

잘 찍은 사진 한 장

featuring 윤광준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윤광준 작가의 책 제목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고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왕년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다. 나는 2009년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윤광준 작가의 동명의 사진 강의를 수강하였고, 첫 강의에서의 10분이 내 사진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그 강의를 신청할 때 즈음, 20대 후반이던 나는 꽤나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사실 지나고 보니 그렇지 그때는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그냥 그런 괴로움이었다. 너무 바쁘게 일하며 쌓였던 스트레스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왠지 모를 막막함 그리고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까지 모두 한꺼번에 밀려왔고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 사진이었다. 나 이외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의 짐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표현하는 수단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생각했었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생각은 적중했다.


좋은 취미를 갖기 위해서가 아닌 절실함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던 사진 강의의  시간. 왠지 모를 긴장감이 나를 감싸고 있었고 내가 스스로 어색할 만큼 몸도 표정도 굳어 있다는 것을 느낄  있었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고 10 만에  긴장감은 단숨에 해소되었고, 한결 편안해진 나를 느끼며 자연스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를 바꾸게  것은 다름 아닌, '사진을  찍고 싶으면 자기 마음부터 바꾸라' 윤광준 선생님의  마디였다.  시간 이후로도 사진 강의를 들으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내가 긴장에서 벗어날  있도록 만들었던  말씀이 아마도 가장 크게 배운 것이라 생각한다.


흔히들 알고 있고 얘기하듯 사진은 '눈으로 보는 세상'을 '사각의 프레임' 안에 담는 일이다.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나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사각의 프레임. 하나는 사진을 찍는 '나'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담는 '도구'에 관련된 것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나'보다 '도구'에 관해서 매우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좋은 사진을 보더라도 작가가 과연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저 장면을 저렇게 담아냈을까 보다는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했는지를 궁금해한다. 또 사진활동을 하면서도 어떠한 내용과 구성으로 표현하는지 보다는 찍은 사진의 화질과 색감 등에만 집중하며 '도구'에 대해서 품평하기에 바쁘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카메라와 렌즈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수없이 다른 카메라로 다른 렌즈로 바꾸는 것에 거의 모든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카메라가 취미인 사람들이다.


나는 '나'에 관련된 사진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15년 사진 생활을 해오면서 마주했던 '나'에 관련된 질문과 고민들, 그리고 나름대로 찾아온 나의 답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를 표현하는 것에 관한 것인데 어찌 하나의 정답만이 있겠는가. 사진을 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의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질문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내 경험과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 나의 글을 통해 자신만의 질문과 고민, 그리고 답을 찾아가는 자기만의 과정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잘 찍은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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