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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13. 2021

나의 사진이야기

(1) 어느 여름날 나무 그날 아래

    



오늘은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올리는 나의 사진이야기이다. 아침부터 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씨에 괜히 마음도 조금 울적하리만큼 차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떤 사진을 처음으로 올릴지 고민했는데, 보고 그 때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사진으로 고르고 그 순간에 대해 글을 적으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스하게 만들고 싶었다.


C&O Canal National Historic Park - Georgetown


조지타운은 내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에서 차로 불과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한적한 동네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종종 찾아가는 곳이다.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조지 워싱턴 메모리얼 파크웨이를 따라서 20분쯤 달리다 보면 저 멀리 워싱턴 D.C.의 상징과도 같은 워싱턴 기념탑이 보이고 해리포터에 나올 것만 같은 조지타운 대학교의 건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며 거의 다 도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날씨 좋은 어느 여름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도시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카메라를 들고 조지타운을 이리저리 걷고 있었다. 자주 다녀 익숙한 곳이라도 카메라를 들면 익숙하던 모든 것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는 마법이 있다. 그러던 중 길 건너편 저 멀리 한 커플이 눈에 들어왔고 동시에 카메라를 들어 그 순간을 담았다. 여름날에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애인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있던 그 순간, 이 세상에는 오직 둘만 인 것 같아 보였고 길 건너 멀리에 있는 나에게도 그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둘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과연 인물사진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찍어주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표정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본연의 자연스러움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마도 세계적인 사진작가라 할지라도 비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저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관심 있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는다면 아마도 분명히 좋은 사진들을 찍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지나고 보니 그때 왜 용기 내어 다가가 너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가 사진으로 담았으니 보내주겠다고 하며 선물하지 못했는지 큰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은 한 번으로 충분하니 앞으로 만나게 될 아름다운 순간들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함께 느끼고 싶다. 그게 사진이 가진 커다란 매력이니까.


 글을 마쳐갈 때쯤  마음을 하늘에서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신기하게도 하늘을 가득 덮었던 구름이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세상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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