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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진작가 Mar 17. 2021

나의 사진이야기

(2) 마지막퍼즐 조각,기다림의 연습






워싱턴 D.C. 의 수많은 박물관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에서 찍은 이 사진은 '기다림의 연습'을 해보았던 사진이어서 나에게 의미가 크다. 게다가 나의 기다림이 기특했는지 약간의 우연이 선물처럼 더해진 사진이라서 더욱 그렇다. 내 입장에서 보면 고상하게 얘기해서 '기다림의 연습'이지 사진의 대상의 입장에서는 도둑 촬영이라고 해야 맞겠다.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는 것이 연습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있기에 더 발전된 지금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립미술관에 가면 항상 마네(Manet)와 모네(Monet) 등의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된 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며 감상하곤 한다. 그러던 중에 건너편 전시실 소파의 끄트머리에 앉아 계신 머리가 희끗한 어른이 눈에 띄어 찍고자 했는데, 주말인 데다가 가장 인기가 많은 전시실들 중 하나라서 오가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 기회가 생겼지만 그 어른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모습이 필요했는데 상대가 나를 의식했으니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며 눈치 싸움을 한참 하던 중 드디어 기회의 순간을 포착, 셔터를 눌렀다. 그 찰나 내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함께 보였지만 다행히도 장면을 가리지는 않았고, 또 아주 운이 좋게도 주변에서 이동하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묘한 구성을 만들어주었다. 


의도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결국에는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하게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들도 있다. 항상 계획하고 의도하는 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진이라면 그 매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빛은 매 초마다 달라지고 상황에 대한 예측이 맞는 가능성은 희박하고 우연이란 것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어떠한 순간을 아쉽게 놓치더라도 언젠가 예고 없이 찾아와 우연하게 만나게 될 또 다른 순간을 기대하면서 또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기다림의 연습이 그러했다. 사진 대상이던 그 어른이 나를 의식하지 않는 동시에 주변에 오가는 사람들이 그 장면을 가리지 않고 구성을 방해하지도 않아야 했다. 그것들이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 자칫 초점을 잘못 맞추면 낭패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이렇게 정말 여러 가지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항상 변화한다. 그 속에서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 중에서도 기다림은 그것들을 하나로 합쳐주는 마지막 퍼즐 조각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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