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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an 31. 2021

남편보다 많이 버는 아내


 나는 경단녀였다. 젊은 시절 패기롭게 캐나다로 떠나 레스토랑 총 쉐프로 활동했던 경력은 아이가 생기면서 집밥과 이유식을 하는데 써먹는게 고작이었고, 대외적인 내 몸값을 키우는데 1도 사용되지 않았다. 엄마표이유식과 관련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볼까 생각도 했지만 경쟁도 치열했고 육아 그 자체에가 주는 신체적, 심리적 부담은 내 스스로가 나를 한정된 틀에 몰아 넣고 있었고 결국 내 스스로가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경력 단절 여성으로 만들고 말았다.


 남편이 외벌이를 하고 있지만 넉넉한 연봉은 아니었다. 덕분에 생계는 가능했지만 다른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결심이 필요했다.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한다는건 괜찮았다. 그래도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것 먹이고 싶은걸 해주고는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내가 엄마가 되어서 이렇게 밖에 못하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밖에서 똑같은 야채를 사더라도 2~3군데의 슈퍼를 돌아다니거나 전화를 하면서 가격 비교를 하고, 마트마다 야채 금액을 리스트화 시켜서 장을 보며 지출을 줄였다. 그 당시 나는 스스로가 구질구질하게 느껴졌고, 부끄러움에 이런 상황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내가 경제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이 직장을 옮기는 공백기간 동안은 더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 이 내용을 오픈하는 이유는 이랬던 내가 지금은 남편보다 더 벌고 있음을, 그래서 내가 나에게 주던 상처와 자괴감을 극복했음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간절히 원한다면 변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이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유지중인 "더 해빙"이란 책에서는 "간절함"이 독이 된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간절함이야 말로 인간이 힘든 자신의 현재와의 끊임없는 전쟁속에서 버티고, 살아남고,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특히,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그 간절하다는 소망은 더 중요하다. 


 나 역시 간절했다. 스스로를 옭아매던 사슬을 벗고 싶었고, 예전과 같은 당당함과 자신감을 되찾고 싶었다. 

물론 금전적인 부분 또한 풍요롭게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일이 블로그였다. 처음엔 블로그로 돈을 벌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단순하게 '유아 용품 체험단을 통해 생활비라도 아껴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블로그 마케팅으로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느니, 월 수입을 얼마를 벌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냥, 돈 몇만원이라도 절약할 수있다면 만족했고, 행복했다.


 간절함의 힘 때문인지.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를 통해 체험단이 늘어가고 순수 세후 현금수입만 남편 월급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내 자신이 대견했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보다 많은 경험과 보살핌을 물질적인 부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음을 감사했다.


 여느 자리에서 잠깐 이런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하고 되묻는다."간절하게 원하시면 이루어져요^^" 란 신념보다 나처럼 한벌 옷을 더 입히고,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것이 더 중요한 분들이 있고, 그 분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가끔 답변을 드리기도 한다.


 블로그를 통한 여러 수익화 방법이 있지만, 이는 내가 가진 블로그가 지수가 좋다는 전제로 한다. 지수가 좋다는 것은 블로그에 글이 어느정도 쌓여 있고, 키워드를 잘 잡아 상위노출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과 달리 네이버의 시스템이 계속 변화하면서 별 내용 없이 대충 쓴 1일1포스팅은 안쓰니만 못하며, 키워드를 잘못쓰거나 타업체에서 원고를 받아다 쓰다 저품질이 되버리는 블로거들도 수두룩하다. 기존에 있던 파워블로거 제도가 사라짐에 따라 좋은 컨텐츠만 가지고 있다면 신생 블로거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이 계속 도입되고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만족할만한 시스템이 아닌건 확실하다. 


 결국 블로그로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포인트의 해답을 "퍼스널 브랜딩"에서 찾았다. 닉네임이 아닌 내 이름을 걸고 유아와 관련된 놀이와 내 생각, 에세이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캐나다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와 어떤일들을 했었는지에 대해 풀어 냈다. 심지어 비 전공분야인 육아 분야에서 "육아실용서적"또한 출판했다. (기적의 엄마표 놀이) 이를 통해 개인이 가진 경력과는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다. 


 결코 쉽게 이루어진 일들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들은 문제는 내가 간절히 바라며 시간투자를 통해 성과물을 만들어냈고, 육아하는 가운데 하루 몇 시간 밖에 잠들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아무리 남편이 퇴근 후 육아를 맡아준다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단시간에 복합적으로 많은 일을 해 가면서 경험으로 얻어낸 업무의 숙련도와 최적화 방법은 나를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부의 파이프라인' 그리고 '패시브인컴(자동화수익)' 이 두 가지 모델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주제다. 내가 존재하는 모든곳의 모든것들이 아이템이고 그 아이템들을 발굴해서 상품성있게 만드는게, 그리고 그 상품들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패시브인컴화 시켜야 하는게 최종적인, 끝없는 과제 아닐까?


 최근 부쩍 아프리카 속담이 와 닿는다. 

"함께 가면 더 멀리갈 수 있다."

한 개인이 가진 역량의 한계를 넘어서 좋은 사람들이 함께함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랄까.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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