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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Oct 13. 2017

탈모르파티 민머리 대머리 맨들맨들 빡빡이

두 아이의 힘겨루기

제목: 갱복치 - 탈모르파티






 8개월이 되는 단하는 아직 기지 못한다. 선생님께서 단하는 아직 기지 못하냐고 물어보더니 아이를 안아주지 말라고 한 소리를 한다. 엄마가 안아주는 게 아이의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나, 안아주는 행동 자체를 꾸지람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단하가 살짝 운다고 쉽게 안아주는 게 아니다. 내가 볼 때는 단하가 기지 않는 이유는 엄마 아빠가 자주 안아줘서가 아닌 본인이 길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느꼈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기는 걸 유도하는데, 뒹굴리기가 수준급인 단하는 이리저리 뒹구면서 목표물에 다다르니 자연스레 기지 않아도 원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다. 몇 주 전부터는 범퍼침대를 집고 일어서서 깜짝 놀래키더니, 그 이후로는 일어서는데 재미가 든 건지 하루에도 몇십 번씩 일어서려고하고, 앉히려고 하면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 상태에서 버티곤 한다. 이대로라면 '앉기-기기-일어서기-걷기'가 아닌 '앉기-일어서기-걷기'가 될 듯하다. 







 기지는 못하지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단하의 손이 닿는 사정거리가 길어졌다. 모찌가 살짝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바로 덮침을 당하곤 한다. 꼬리가 잡히는 건 일상이고, 일어서면서 배운 신기술인지 레슬링의 한 장면처럼 모찌 등으로 푸왁! 하고 몸을 날리기도 한다. 모찌가 불만을 표시하는 유일한 방법은 도망인데, 그때마다 깜짝 놀라 줄행랑을 치는 걸 볼 때마다 형 노릇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하의 과한 애정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는 단하가 뽑는 모찌의 털이다. 모찌를 만지고 나면 한 움큼씩 단하의 손에 털이 묻어 나온다. 모찌를 좋아하는 단하의 마음은 알겠으나 생털이 뽑히는 고행길을 견뎌내야 하는 모찌는 누구에게 하소연 한단 말인가. 하루는 어찌나 세게 붙든 건지 모찌가 도망 가려 하자 단하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일도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모찌를 만지겠다고 따라다닐 날도 멀지 않았다. 어떻게 만져주는 게 모찌를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인지 알려주고 싶지만, 단하에게는 이 단계가 아직 너무 어려운듯하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 또한 내 능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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