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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Jun 09. 2019

오늘의 영화, 루비 스팍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스포)



자신이 만든 환상에 사람을 끼워 넣고 거기서 벗어나면 실망하는 이런 일은 영화에서처럼 연인 관계에서도 자주 일어나지만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사람이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지만 그래도 도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켈빈처럼.

​켈빈은 선을 넘었다.

너무 냉소적인 거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으나 솔직히 켈빈이 다시 만난 루비에게 변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는 처절한 반성 끝에 새로운 사람이 된 것처럼 묘사했지만 알다시피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파국의 절정에서 본 루비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충격적이어서 더욱 켈빈을 믿을 수가 없다.


한번 소유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시 돌아왔을 때 다시 그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루비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그에게 호의를 보낸 걸 텐데 이것도 좀 찜찜하다. 아무튼 결말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고 인정하는 사람마저 드문 세상이니 타인을 그렇게 끌어안는다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겠지. 그래도 그런 사랑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언젠가 만나면 내 맘을 활짝 열고 나도 상대를 온전히 사랑해줘 야지. 이런 기대는 항상 품고 산다.

영화를 보면서 오랜 짝사랑 후의 연애의 문제점이 계속 생각났다. 짝사랑이 길어지면 그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환상이 생긴다. 그래서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들에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많은데 잘 풀고 해결하면 문제가 없지만 고이 쌓기만 하다 보면 언젠가 그 탑이 무너져 관계는 끝난다.


인격적으로 멋진 사람들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텐데 나는 그저 지질한 인간인지라 그걸 하지 못했다. 나에게도 켈빈스러운 면이 있었던 거고 그래서 더욱 켈빈을 못 믿는 거고.

나에게는 그다지 로맨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재밌게 본 영화이긴 하다. 사실 가볍게 보려고 선택한 거였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당황스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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