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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Jul 19. 2022

빨리도 자란다

2022.07.19.

아이들이 참 빨리 자란다. 얼마 전엔 서희헌재네가 아들인 서로를 데리고 집에 놀러왔는데, 약 1년 만에 본 서로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이제 갓 24개월인 아이가 어찌나 그리 말도 잘하고 영특한지,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부러운 친구들이다.


조카인 예린, 도준이도 하루 다르고 이틀 다른 게 느껴진다. 예린이는 예나 지금이나 또래 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서 그나마 그러려니, 최근엔 특히 도준이가 급성장을 해버려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근 2년 정도 꼬물거리는 게 정말 귀여웠는데 이젠 온 가족이 입을 모아 “완전 형님 다 되었네”할 정도다.


날 적부터 둘의 육아를 부모님이 도와주셨던지라, 그간 부모님에게 얹혀살았던 나도 덩달아 육아에 (아주 적은 부분이나마) 동참한 것이 어언 8년째. 집에 잘 붙어있지 않는 나였기에 가까웠다가 멀었다가 했는데, 둘에게 외숙모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부쩍 친해졌다. 둘은 나보다 외숙모를 훨씬 좋아하고, 외숙모를 보기 위해 나를 집에 오라하고, 외숙모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민은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항상 열심히 꾸민다.


아이들은 꾸밈이 없다. 우리가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부터, 아니면 그들이 문을 열었을 때 먼저 와 있는 우리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둘은 펄쩍펄쩍 뛰면서 달려온다. 날것 그대로의 환대랄까. 그간 밀린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이런저런 놀이를 같이 하며 밤을 꼴딱 새울 기세다. 즐겁고 피곤해서, 그리우면서 두려운 시간. 즐피그두, 뭔가 그럴듯한 사자성어 같다.


떠올리면 괜스레 마음 한 편이 뭉클해지는 장면 하나.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자가격리를 하던 때. 뒷베란다 창문으로, 건물과 건물 사이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던 일. 우리를 발견하고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면서 방방 뛰며 손을 흔들던 모습. 이게 그렇게 반가울 일인가.


장면 둘.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귀신 놀이를 하던 중, 내가 귀신에게 잡혀가는 듯한 연기를 하자 도준이가 “우리 삼촌 데려가지 마” 외치며 내 팔을 잡아 끌다 눈물을 흘린 일. “삼촌 잡혀가는 줄 알고 놀랐어”하며 손바닥으로 슥슥 눈물을 훔치는 그때 그 녀석은 어디 가고… 요샌 유치원과 태권도장과 학습센터에 각각 좋아하는 누나가 있다며 만날 때마다 누나들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참 빨리도 자라는 아이가 우리에게도 언젠간 찾아올 텐데, 그럴 거라 믿는다, 상상하노라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어떤 아이일까 궁금도 하고 어떻게 키울까 막연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 틈에 우리 아이가 섞여 있는 그림을 보고 싶기도 하고.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처음으로 찾아오는 아이는 딸이기를… 이라고 말할 뻔. 어떤 존재이든 기쁠 것이다. 나 같은 아들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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