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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nmary Feb 29. 2024

준비사항 어쩌면 주의사항

부모님 여행 금지 십 오계명

부모님 여행 금지 십 오계명을 들어보셨나요?


1. 아직 멀었냐 금지

2. 줄 계속 서야 되냐 금지

3. 음식이 달다 금지

4. 음식이 짜다 금지

5.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6. 버스에서 답다바다 금지

7. 조식이 이게 다냐 금지

8. 인상 쓰고 갑분싸 금지

9. 쇼핑하러 가서 눈치주기 금지

10. 돈 아깝다 금지

11.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금지

12.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금지

13. 이거 한국돈으로 얼마냐 금지

14. 물이 제일 맛있다 금지

15. 덥다고 사람 많다고 한숨 쉬기 금지


부모님과의 여행이 얼마나 힘들었으며 이런 글들이 떠돌아다닌 것일까 웃음이 납니다.


엄마에게 보여드렸더니 엄마도 깔깔깔 웃습니다.

금지어 대부분은 말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거 한국돈으로 얼마냐'는 도저히 안 할 수 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가면 엄마아빠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역시나 '얼마야?입니다'

'이 호텔은 얼마야? '

‘비행기 값은 얼마였어? ‘

생각했던 가격보다 합리적인 가격이면 엄마, 아빠의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아직 멀었냐 대신 얼마나 남았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겨우 이거 보러 왔냐라는 말보다는 오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말합니다.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대신 이런 음식도 먹어보는구나라고 말합니다.


금지어들을 보고 나니 엄마아빠가 얼마나 예쁜 말을 쓰는 어른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됩니다.

우리의 여행이 어렵지 않은 것은, 엄마아빠가 저 금지어들 대부분을 쓰지 않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보통 이렇게 시작됩니다.


일본 오사카, 교토, 나라, 5박 6일 투어

4월 24일 출국

4월 25일 - 28일 투어

4월 29일 귀국

고고?


엄마아빠와 가고 싶은(사실은 제가 가고 싶은) 여행지를 생각해서 가능한 일정을 2개 정도 확인합니다.

아주 대략적인 일정을 잡고 엄마아빠의 일정이 가능한지 확인해 봅니다.

한 번에 결정이 되기도 하지만, 도대체 직업 없는 백수 셋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마다의 일정들로 꽉 찬 캘린더를 붙잡고 가능한 일정을 만들어냅니다.


일단, 날짜를 정하고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하면, 여행에 대한 공부 내지는 탐구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혼자 가는 여행과 엄마아빠와 함께 가는 여행은 다소 다릅니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는 전체적인 틀만 짜 놓고, 매일매일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일정을 마음대로 변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아빠와의 여행은 꽤나 대문자 J의 성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대략적인 여행에 대한 콘셉트, 기간 등이 모두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엄마아빠가 어떤 질문을 해도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이드도 아닌데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일단 공부해야 하는 범위를 줄여야 하니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상세한 계획을 짜기 전 엄마아빠에게 꼭 가고 싶은 곳을 검색해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아빠, 이번 부산여행에서는 시티투어버스를 탈 건데, 정류장을 보고 어디 어디 구경하고 싶은지 알려주세요~‘

‘엄마, 부산 여행 유튜브 같은 거 보고,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찾아봐봐요~~’


꽤나 친절한 여행메이트들은 딸의 요구에 열심히 찾아보고 이런이런 곳에 가고 싶다고  의견을 주시곤 합니다.


여행자의 니즈가를 알지 못한 채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곳을 가는 것을 좋아하실지, 이곳은 취향에 맞을지 아무리 부모자식 간에라도 알기 어렵습니다.

내가 알던 또는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엄마아빠와, 실제 엄마아빠는 전혀 다른 사람 일 때가 많습니다.

때문에, 여행자 모두가 가고자 하는 여행지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이 즐거운 여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부모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계획을 짰다면 모든 것을 확정하기 전 반드시 공유합니다.

대략적으로 어디를 갈지 알게 되면, 아무래도 여행 가기 전까지 그곳에 대한 검색을 하시더라고요.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여행을 떠나보세요.

알고 가는 여행과 모르고 가는 여행의 만족도는 꽤 차이가 큽니다.

사전 정보 없이 가는 여행에서는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빠가 가고 싶었던 여행지였던, 엄마는 관심조차 없던 이집트에서 엄마는 3일쯤 지나자 제게 조용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딸 이집트는 돌 밖에 없어?'


여행을 가서는 체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올 9월에는 18일간의 미국여행도 준비하고 있는데 모두가 걱정하는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70대의 부모님이 이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

제가 짠 일정이 어떨지 궁금해서 미국여행을 준비하는 네이버카페에 글을 올렸더니 모두 부모님의 체력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체력이 더 걱정입니다.

여행을 가면 운전기사, 가이드, 딸, 이 3가지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조금이라도 아프게 되면 여행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내 컨디션에 문제가 없어야 엄마아빠도 챙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상비약을 준비해 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여기서의 상비약은 약국에서 간단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도 포함되지만, 감기몸살에 대비할 수 있는 처방약을 말합니다.

사전에 자주 가는 병원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아 보세요.

지난 이집트 여행에서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감기인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다 살아났습니다.

약국에서 산 일반의약품으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함께 여행 중이던 다른 분의 전문의약품을 빌려 먹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답니다.

그 이후 해외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기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모두가 반드시 여행지에 가지고 가야 할 딱 한 가지는 ‘ 나는 행복하다. 이곳에 올 수 있어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가짐 ’ 이것입니다.

어떤 여행지에 가도 집보다 편하지는 않습니다.

불편하기도 하고 더럽기도 합니다.

친절하지 않는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엄마아빠와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상하는 일 없이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여행 속에서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그 모든 것들이 다소 불편할 뿐에서 끝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그저 여행지를 느껴보세요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측은지심을 가지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온 마음을 다해 그 사람을 축복해 보세요

이 여행지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있을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만 하나 가지고 떠나보세요

모든 여행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거예요.


지난 2년의 여행에 대해 이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딸! 엄마아빠는 제주 자유여행은 처음이야


아빠의 부산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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