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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hanmary Mar 08. 2024

프롤로그

나를 더 사랑해 보기로 결심했다. 

다소 지루한 일상이었다. 

꼬박 16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조라는 이름으로 살기 시작한 지 삼 년째에 들어서던 나날들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을 또 무엇을 하면서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백조가 과로사할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지만, 매일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늘 끝내야 하는 마땅한 일이 있지 않았다. 오늘 시작해야 하는 일이 있지도 않았다. 오늘도 운동을 했고, 어쩌다 집안 대청소도 한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어쩌다 책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어쩐지 그저 그런 하루를 매일 같이 보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내 삶은 그저 평화롭다.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꽤나 여유 있는 백조로 살고 있는 이 인생을 모두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삶이었고 나는 때론 행복하지 않았다. 


어떻게 다시 태어난 인생인데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매일매일 들던 때였다.  

나는 많이 아팠으니까 덤으로 얻은 삶이니까 그저 이렇게 한가롭게 여유롭게 살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나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저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내면 충분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었다.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싶을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내가 아니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21년 나는 많이 아팠다. 지독하게도 바빴던 21년 4월 1일 나는 거짓말처럼 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나는 하나의 암을 더 발견했다. 한 개의 암을 진단받게만 해도 모두의 세상은 무너져 내리던데 난 반려암이 무려 2개다. 5개월의 치료과정은 고되었다. 3번의 수술을 했고 5번의 항암치료를 받았고 44번의 방사선치료를 견뎌냈다. 그렇게 반려암 2개를 평생의 친구로 들이면서  다시 살아낸 인생이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살까? 암이라는 친구가 생긴 많은 환자들을 그 어느 때보다도 본인을 알뜰살뜰 살피기 마련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며 술과 고기는 먹지 않기도 하다. 밀가루를 피하며 자연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멀리해야 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가며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너무 막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난 환자처럼 살지 않을 거야, 예민하게 살고 싶지 않아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하는 불안감이 내 마음 한 귀퉁이에 있었다. 내가 멈췄던 것은 그렇게 좋아하던 술 하나였다.(과거형임에 주의할 것). 일주일이면 다섯 번씩 있던 그 많던 술자리는 치료와 동시에 단칼에 끊어냈다. 사람들과의 자리가 없어지고 난 점점 사회에서 고립되어 갔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었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24년을 맞이하면 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남기고 싶어졌다. 나는 싱글이고 자식도 없고 앞으로도 자식을 가질 수도 없다. 내가 이 세상에 살았었고, 참 의미 있는 삶을 살고 떠난다는 증거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다. 그러려면 나를 조금 더 사랑해야 했고 그 마음은 내 삶을 조금씩 변화시켜 갔다. 나는 매일 집밥을 해 먹는 요리사가 됐으며, 매일매일 정리정돈을 하는 살림꾼이 되었다. 오랫동안 놓고 있었던 책 읽기를 다시 시작했다.  티브이를 보는 시간보다 책을 발견하고 읽는 순간이 얼마나 빛이 나는 순간이었는지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는 있었으면 하던 오랜 꿈을, 어쩌면 이룰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다. 사실 브런치 작가 지원은 일 년 전쯤 한 번 했다 탈락한 경험이 있었다. 다시 도전했고 작가라는 이름으로 나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백조의 삶을 나눠보려 한다. 팔자 좋은 백조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다. 암이 2개나 있는 불쌍한 사람이네 하며 혀를 끌끌 찰 수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가 만족하는 매일매일을 부지런히 쌓아가고 있다. 반짝이는 나의 매일이 모여 나의 인생이 될 테고, 그 증거는 이 책으로 남기려고 한다. 


나를 사랑하기로 한 나의 이야기를 써 본다. 당신도 매일매일 조금씩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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