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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머리 제이슨 Aug 20. 2022

개와 관련된 이야기 1

키우는 강아지에게 하루 한 개씩만 주던 간식이 있었다. 이름은 '북어 오리 크로아상', 말린 북어를 말린 오리고기로 돌돌 만 형태의 한입형 간식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냉장고 문을 열다가 개 간식 통을 떨어트렸다. 뚜껑이 열리면서 하얀 부엌 바닥 위로 수많은 '북어 오리 크로아상'들이 노다지처럼 쏟아졌다. 


마침 바로 옆을 지나던 만수르(비숑프리제, 당시 9개월, 시파카 원숭이를 닮았음)는 수없이 널브러진 북어 오리 크로아상을 보더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개는 꼼짝도 하지 않고,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표정을 지었다. 말 그대로 동공 지진이 일어나는 게 보였다. 


이것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개만 먹을까 

설마 무슨 함정은 아닐까 

무수한 번뇌가 머리를 스쳐 가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한 조각을 집어 잽싸게 개의 입에 물렸다. 개는 갑작스레 배급받은 한 조각의 간식을 부지런히 씹어 먹었다. 나는 그 틈을 타, 쏟아진 간식들을 통으로 쓸어 담은 후 신속하게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


하루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간식이 바닥에 가득 쏟아졌을 때 당황하는 견공처럼, 사람들도 가끔은 갑작스러운 기회로 자격보다 더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그럴 때 보이는 반응에서 한 인간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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