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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Dec 31. 2020

[크루즈 세계일주] 시간대별로 보는 크루즈의 하루


작년, 나의 봄과 여름을 뜨겁게 만들어준 크루즈의 날들을 기억한다. 특별하고도 일상적인 그 하루들. 크루즈로 세계 일주를 했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으레 "심심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꺼내기 마련이다. 바다 위에서 와이파이도 없이 가만히 있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즐기기보다는 견디는 시간처럼 보였나보다. 하지만 타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은 결코 견디는 시간도, 심심한 시간도 아님을.


내가 꼭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모든 크루즈의 시간을 모아 알차고 알차게 보낸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싶은 하루를 구성해봤다. 나는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기에 이 글은 사실은 픽션일 수밖에 없다.


빠라빠빠 빠라빠빠빠 굿모닝!



AM 9시


알람에 눈을 떴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대충 레깅스와 늘어진 티를 입고 크루즈 12층의 헬스장으로 향한다. 아침의 헬스장은 생각 보다 붐빈다. 10달러 정도의 돈을 내면 요가나 필라테스도 배울 수 있지만 자린고비인 나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머신에 올라선다. 러닝머신을 달리며 바라보는 방향에는 통창이 설치되어있다. 그 투명하고도 바다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창을 보며 달리다 보면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이지 내 발밑에서 찰방찰방하는 소리가 들린다.  



AM 9시 30분


3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마친 뒤 뷔페식당으로 향한다. 크루즈에서 뷔페식당이란 '오아시스'같은 존재이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를 때 늘 묵묵히 거기에 서있는 뷔페 식당은 굶주린 배도 마음도 늘 채울 수 있다. 아침에는 거하게 먹지 않기에 에그베네딕트와 과카몰리, 커피 한 잔, 각종 치즈와 햄 등을 챙겨서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는다. 배가 바다 위를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포말을 보면서 먹는 아침 식사란 비현실적이지만 크루즈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AM  11시


밥도 먹었겠다. 배도 부르겠다. 카메라를 들고 야외 갑판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면서 산책을 한다.  짠내가 폴폴 풍기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의 색과 하늘의 농도, 파도의 높이 등을 관찰한다. 처음 상하이에서는 흐리고 추웠던 날씨는 베트남을 들어서면서 몰라볼 정도로 쾌청해졌다. 다양한 파랑을 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농도의 파랑은 뭘 까도 늘 생각했다.


PM 1시 30분


유난히도 날씨가 좋은 오늘은 실내에서 내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점심을 먹고 배도 꺼트릴 겸 야외 갑판에 나갔다가 재밌는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구경한다. 에어로빅 같은 춤을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조그만 판넬 속에 공을 넣는 게임도 하고, 야외 수영장에서 수중 배구를 하기도 한다. 따사롭고 친절한 햇살을 닮은 유쾌한 게임들이다.



PM 2시 


춤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나에게 크루즈의 다양한 댄스 클래스는 큰 즐거움이었다. 혼자 크루즈 여행을 해서 누구와 파트너를 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지만 포기하고 나가지만 않는다면 할아버지이든 여자이든 파트너는 늘 생겼다. 원투원투 모르는 이와 손을 잡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춤을 배운다는 건 좀 마법적인 일이다.



PM 3시 


크루즈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썬 베드에 누워 술을 한잔 마시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일광욕을 하는 시간일 것이다. 아무리 내가 가만히 있는 여행을 추구한다 한들 여행지에 도착하면 맛집을 찾고, 술집을 찾고 최소한의 검색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여행하는 바다 위의 크루즈에서는 그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여유로울 수 있었다.



PM 5시


크루즈에는 선상 신문이 있다. 하루하루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은 신문인데 나는 이 신문을 보며 늘 고민에 휩싸였다. 다양한 클래스나 게임 중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코백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 놀이를 하고, 야외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놀이로 하루의 일부분을 채우기도 했다. 



PM 6시 30분


크루즈의 꽃, 정찬 시간이다. 멋진 코스요리를 즐기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와 연인과 함께 여행하고 단둘이 식사를 하고 싶으면 크루즈를 예약할 때 2인석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나나 나의 친구와 함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면? 6~8인 테이블을 고르는 건 기본이다.



pm 7시 30분


매일 밤 크루즈의 대극장에서는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한 공연이 펼쳐져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뮤지컬, 라이브 뮤직, 서커스 등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다양한 쇼는 크루즈 여행을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이다.



pm 9시


사람들이 정찬 식사를 하고 공연을 하느라 바쁜 시간 나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야외 갑판에 온다. 준비해둔 수영복으로 재빨리 갈아입고 아무도 없는 시커먼 밤의 수영장을 수영한다. 아무도 없는 밤의 수영장을 전세 내어 쓰는 일은 크루즈에서 겪었던 일 중 가장 낭만적인 일이었다.



pm 10시


크루즈에는 5~6개 정도, 혹은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바가 존재한다. 라이브 공연을 듣고 클럽이라는 공간도 방문하면서 각 바마다 다른 특성을 관찰한다. 오늘은 가장 화려하고 즐거운 마티니 바에서 마티니를 한 잔 마신다.



pm 11시


디스코텍에는 밤마다 열 명 남짓의 죽돌이 죽순이들이 모여들었다.  나이도 국적도 다른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있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없었고 각자 멋대로 춤을 췄지만 빌리지 피플의 YMCA가 흘러나올 때는 만큼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알파벳 네 개를 두 팔로 만들며 군무를 추었다. 즐거운 춤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직접 경험하는 크루즈 여행은 위의 일과보다도 더 다채롭고 낯선 여행이다. 5개의 크루즈를 타고 크루즈로만 18개국 24개 도시를 여행하고, 중국해, 아라비아해, 에덴만, 수에즈 운하를 거쳐 에게해와 지중해, 북해를 건넌 크루즈 세계 일주 랜선 여행을 하고 싶다면  <어쩌다, 크루즈>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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