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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Jul 04. 2022

히말라야 고원에서 커피를 팔았습니다. <카페, 라다크>

서울에 세 들어 사는 부모님의 집 말고,
온전히 내 것이었다고 여기는 공간이 있었다.

카페 두레의 간판
카페 두레의 내부 모습


라다크 레 시내에 얼마 남지 않은 전통가옥 중 하나였다. 나무와 흙만을 이용하여 지은 그 집은 잘 살피지 않으면 좀처럼 찾기 힘든 곳에 꼭꼭 숨어있어서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곧잘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카페에 들어선 사람들의 첫마디는 '여기 사람들이 찾아와요?'일 때가 많았다. 제대로 된 표지판도 하나 없이 장사를 하냐며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었는데 오죽 헤맸으면 초면에 화부터 낼까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카페는 3층에 있었다. 3층으로 연결되는 나무 계단은 너무 낡아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밟으면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삐걱대는 소리가 났고, 계단을 모두 올라 카페로 들어서는 입구는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반드시 부딪칠 수밖에 없을 만큼 낮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전은 일상이었기 때문에 촛불을 켜놓기 일쑤였는데, 어둠 속에 '촛불', '끼익 끼익', 이런 요소들이 모두 만나 만들어내는 으스스한 분위기 덕분에 갑자기 들어온 손님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일도 많았다. 그러면 서로 쏘리 쏘리,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다가 와하하 웃곤 했다.


자부심을 가졌던 공간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이었다. 라다크는 연 강수량이 극히 적은 건조한 땅이기 때문에 지면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화장실을 만들고 자연 건조 방식으로 처리한다. 완벽하게 건조되기 때문에 냄새는 나지 않지만, 물은 절대로 버리면 안 된다. 과거에는 가족의 공용 공간으로 쓰였을 공간에 주방을 만들었다. 난로 배기관을 위해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낮에는 이 구멍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빛이 훌륭한 조명 역할을 했다. 그 빛줄기 사이로 떠다니는 먼지를 보면 헉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이 땅에서 먼지는 일상이니까 그러려니 했다. 못을 박는 것은 물론이고 상하수도 시설조차 갖출 수 없었다. 이 집에 조금의 흠집도 낼 수 없다는 것이 집주인 아룬의 입장이었고, 우리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물을 길어다 쓰고, 생활하수는 따로 모아 직접 가져다 버려야 했다. 쌓여가는 설거짓거리를 보다 못한 단골손님들이 대신 수돗가에 나가 설거지를 해주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도 그 집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운명처럼 만나 깊이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은 집이 대부분 그러하듯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들고 나는, 그 박자와 흐름을 따라가면 더운 여름날에는 땀이 식었고,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칼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집에서 나고 자란 집주인 아룬처럼 우리도 그곳에서 세 번의 여름을 보내며 무럭무럭 자랐다. 멍하니 앉아 창밖을, 쨍하게 파란 하늘을, 보란 듯이 솟은 설산 스톡 깡그리를, 와장창 쏟아지는 햇볕을, 스르르 허공을 빗는 포플러 나무를, 흙색의 지구 표면을, 그 아름다운 장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니 너무 상투적이지만, 그때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주는 말도 없다.  



그렇게 젠젠과 춘자는 라다크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카페 두레를 운영했습니다. 세 번의 여름을 보내는 동안 차곡차곡 쌓은 이 소중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서, 오로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라다크에 대한 글을 썼고, 이를 엮어 2013년 <한 달쯤, 라다크>를 출간했습니다. 


이제는 절판된 <한 달쯤, 라다크> 책의 모습


그리고 2022년 돌아온 여름, 라다크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전자책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한 달쯤, 라다크>를 제 친구가 운영하는 도서출판 춘자에서 종이책으로 다시 출간하기 위해서요.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어서 재출간될 책의 이름은 <카페, 라다크>입니다. 책을 재출간하면서 굳이 멀리 라다크까지 날아간 건, 10년 만에 팝업 카페를 열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텀블벅 리워드인 미니북으로 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카페, 라다크 팝업 카에의 모습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간 낮 1시 부터 6시까지 운영했던 팝업 카페는 손님이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성공적이었답니다. 한국 커피와 율무차, 달고나에 호떡, 팥빙수까지 무료로 나눠주고, 도서출판 춘자 책과 사진도 전시했고요. 우리 둘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에 집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친구들이 놀러오고, 별 일 아닌 이야기를 하며 하하호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다시금 실감했고, 그 벅찬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고 있어요.



https://tumblbug.com/cafeladakh


카페, 라다크로 당신을 초대할게요. 입장권은 열린 마음, 하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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