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인생은 조급해
youtube 영상을 틀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1.5배로 재생속도 올리기. 음악이나 예능 영상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영상 속도를 올린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찌나 느린지 모르겠다. 처음 듣는 내용이어도 1.25배로 들어야 편안하다. 언제부터 이리 조급해진 걸까.
평균 1~2년 준비기간이 걸리는 시험을 4개월 만에 합격해본 적이 있다.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에서 초단기에 합격한 비결은 단언컨대 '인터넷 강의 x 2.0배 속도로 듣고 복습하기'였다. 누구보다 빨리 합격하는 게 목표였기에 시간을 2배로 당겨야 했다. 오전 8시~오후 1시까지 인터넷 강의 12개 이상 봤던 것 같다.
인생의 위기 속에선 별 게 다 된다. 2배 속도여도 충분히 들린다. 생존에 달린 문제다 보니 뇌는 빠르게 흘러가는 내용도 다 흡수한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여유가 없어졌다.
위기의 순간이 만든 습관은 사라질까.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다. 세상엔 알아야 할 내용이 많다. 모든 걸 알고 싶진 않지만 기본 속도로 흐르는 시간이 왠지 모르게 아깝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감정은 무의식이 되었다.
나를 들여다보았다. 정답은 불안함 때문인 것 같다. 성질이 급한 게 아니라 불안해서다. 다음 단계로 빨리 넘어가려는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다음을 바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좋아도 불안한 마음이 밀려와 내일을 준비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1.5배속의 인생으로 길들인 건 아닐까.
쉬면 불안하다. 쉬면 뒤처지는 것 같다. 쉬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나 같은 현대인은 쉼의 기술을 얻어 훈련하라고 한다. 쉼을 훈련하라니... 스페인의 시에스타(낮잠 문화)처럼 의지를 가지고 쉼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애매하게 누워서 불안해하지 말고 대놓고 쉬어보는 건 어떨까. 강박관념을 버리고 기본 속도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쉬어도 인생은 나쁘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좋게 변할 뿐!
조급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