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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즈덤리 Aug 16. 2022

옆집 아주머니는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를까?

삶의 중심(core) 지키기


결혼을 하고 이사를 왔습니다. 구축 아파트라 옆 집 세탁기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측간 소음이 큰 곳입니다. 저희 부부는 무딘 편이라 신경쓰지 않고 살고 있어요.


이삿짐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고 난 뒤, 간만에 평화로운 날이었죠.



"야~~~~~~!!!!! 조용히 안해~~~~~!?&?/#?!@!!1!"



오 세상에 정말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만? 마치 회사에서 누군가 이상한 말을 할 때마다 꿈틀거리던 제 안의 이성을 잃은 목소리가, 정말 옆집에서 들리고 있는 겁니다.



"저 정도면, 미국에서는 체포하지 않아?"


저희 부부는 순간적으로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를 은연중에 '체포'라는 단어로 풀어버렸습니다. 마음속 분노 덩어리들은 보통 숨기곤 하는데, 그 엄청난 감정 덩어리를 밖으로 100% 표출하고 있더라고요. 그것도 자신의 자녀한테 말입니다.


어렸을 때 딸, 아들내미가 잘못했을 때 발가 벗겨서 대문 앞에 세워 혼내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러나 세상은 발전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육아 정보가 다양하게 유입되면서 자녀 훈육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그 유명한 '생각하는 의자'도 등장했습니다. 2022년인 지금도 '오은영 박사님과 금쪽이'가 유행하면서 부모교육의 올바름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그러나 시대를 역행하는 옆집 소리를 들으며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는 궁금하진 않아요. 그러나 삶의 중심(core)을 강조하는 저는 골똘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밥! 밥~~!" 노래 부르며 신나게 흥얼거리는 자녀에게 화풀이하듯 소리를 지르는 어머니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삶의 중심(코어)


우리는 운동할 때 '코어 운동'의 중요성을 자주 듣곤 합니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근육이 손실됩니다. 따라서 몸의 중심을 잡는 코어운동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몸의 밸런스를 잃고 가벼운 충격에도 각종 질환을 얻을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플랭크, 크런치, 데드버그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유퀴즈 제109화 "86세 플랭크맨" _ 하루 10분 플랭크하시는 할아부지


즉, 육체적인 코어가 이렇게나 중요한데,  일상 속 삶의 코어도 당연히 중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코어'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은 이유는 지난 삶을 되돌아봤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중심이 흔들거려 위태로웠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왕따를 당한 적도 있었고,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중심점을 완전히 잃어 공황장애도 생겼습니다.


반면, 운동과 식이요법에 있어서는 삶의 중심을 아주 잘 지켰어요.


'저녁 7시 이후엔 먹지 않기'

'약속이 있는 저녁엔 유산소 운동하고 위장 비우고 자기'

'평일엔 30분 이상 운동하고 주말엔 2시간 이상 운동하기'

 

이런 습관들을 10년 이상 해보니 어느새 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제가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어요.


그러나 결혼을 하고 루틴이 깨지면서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어느 순간 배우자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라고요.




코어를 잃어보고 또 지켜보니 중심을 유지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습니다.


저는 인생의 불안함을 매일 갖고 삽니다. 그러나 삶의 중심을 지키는 습관 덕분에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마치 코어가 저를 단련시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막 자라기 시작한 나무가 자신을 받쳐주는 지지대가 없으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옆으로 빠지고 누워서 죽을 수도 있듯이, 우리 삶 역시 중심을 지키는 힘이 빠지면 흔들리고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옆집 아주머니는 그렇게 과하게 소리 지르는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그녀의 중심을 흔들었을 거예요. 저도 결혼을 하고 난 뒤 갑작스럽게 치미는 분노를 겪어봤기 때문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흔들거리는 옆집의 모습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아요. 결혼 후 삶의 중심을 지키는 법을 연습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옆집 아주머니도 언젠가 중심을 회복하는 날이 오겠죠.


오은영 박사님처럼 전문가가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제 글(삶의 중심을 지키는 법)의 첫 스토리로 삼아 이야기해봤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들려오는 옆집 소리를 들으며 또 다짐합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일이 있어도, 직장이 날 힘들게 하더라도, 가까운 사람들과 멀어지더라도, 조금만 흔들려보고 내 안의 지지대를 잡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자고 말입니다.




앞으로 '삶의 중심(코어) 지키기'를 중심으로 저의 성장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시면서 함께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중심을 새롭게 만들고 싶은 사람, 이미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길을 잃은 사람, 또 다른 중심을 세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비혼주의자의결혼생활

#삶의중심

#생활코어

#결혼굴리기

#결혼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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