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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Nov 17. 2023

외향적 인간, 내향적 인간

2006년 5월에 쓴 글

모든 사람이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세상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가면입니다. 가면에 가려진 자신만이 아는 스스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굉장히 활달해 보이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사람인 경우처럼 말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자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 연예인입니다. 대중에게는 코믹한 이미지로 알려진 배우가 사실은 지독히 내성적이어서 첫 만남이 어색해진 경우도 있습니다. 의외로 얌전해 보이는 사람이 지독히 터프한 사람일 수도 있다. 외양으로는 마초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독히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남성 배우도 봤습니다. 사실 활달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무겁고 내성적인 면을 감추기 위해 과잉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상충된 의견을 조절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만나야 하는 사람의 학력과 기호, 경제적 수준도 다양합니다. 성격도 각양각색입니다. 타고난 커뮤니케이터이자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 인간이 아니면 상당히 버티기 힘든 것이 드라마 프로듀서입니다. 배우, 스태프와 잘 지내는 것을 보면 타고난 외향형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용히 방 안에 앉아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저는 내향형 인간입니다. 내향적 인간인지 외향적인지 구분하는 척도에 대해 [아이를 읽는 9가지 코드]의 저자 메리 시드 쿠르신카는 '어떻게 에너지를 얻고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가'를 알아보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그들과 이야기하고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인생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또는 특별한 사람과 단둘이 있으면서 에너지를 얻는다.'라고 합니다. 즉 혼자서 마음속으로 곱씹고  세상을 그려보고 반응하면서 활력을 되찾는다는 것입니다. 이 분류를 통해 보아도 저는 내향적 인간입니다.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2학년 까지는 저는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자신을 타인에게 외향적인 인물로 비추기로 결심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의 저는 '얌전한' 아이였으나, 그 이후 '까부는'아이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인은 내가 사교성이 많고, 활달하다고 간주합니다. 그건 초등학교 2학년 이래 계속해온 저의 가면이 훌륭하게 작동한 것입니다. 


살다 보니 외향적으로 바꾼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가면 갈수록 스스로의 의사와 욕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생존하는데 유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 속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시킬 시간이 점차 부족하기에 때로는 힘겨울 경우도 많습니다. 직장에는 동료가 있고 가정에는 식구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합니다. 언젠가 모든 사회적 관계의 끈이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면 좀 더 에너지가 충만한 생생한 사람으로 변할까요? 외향적 위장의 마스크를 하도 오래 썼기에 이제는 그조차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십수 년을 지난 뒤에 보니, 이제 저는 외향형 인간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집에 갇혀보니, 더욱 제가 외향형 인간임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2023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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