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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an 07. 2024

A급 작가의 가치

드라마 알쓸신잡 4

시청자가 믿고 찾아보는 작가가 있다. 흥행작을 집필해 스타라고 불릴 정도의 유명세가 있는 작가를 말한다. ‘흥행 작가’, ‘스타 작가’라고 불리는 이들이며, 드라마 제작진에게 이런 작가의 존재는 더욱 중요하다. 플랫폼으로부터 쉽게 편성을 받고 스타 배우를 쉽게 캐스팅하며,  해외 판매 등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들을 A급 작가라고 부르는데,  이 A급 작가가 누구인지는 아마 잠시만 인기 드라마의 이름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드라마 업계에서는 A급 작가라고 하면 ‘더 글로리’의 작가 김은숙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다음 '사랑의 불시착'의 작가 박지은이 거론된다. 그다음 연상되는 작가는 '쌈마이 웨이', '동백꽃 필 무렵'의 작가 임상춘이다. 그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작가는 드라마 제작진에 따라서 A급 작가로 분류하는 게 맞는지 설왕설래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연구자가 내게 한국 드라마에서 A급 작가는 어떻게 정의하냐고 물었다. 그때 비교적 고민하지 않고 쉽게 대답했는데, 그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대본을 검토하지 않고 작가의 이름만으로 편성을 받을 수 있는 작가, 둘째 이른바 한류 스타들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적극적으로 캐스팅을 검토하는 작가이다. 


드라마 제작에서 A급 작가의 중요한 것은 드라마 제작의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제작하는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힘들다. 따라서 미래의 실패를 최소화하고 투자 비용을 회수할 방법을 사전에 마련하고 싶어 한다. 이때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A급 작가를 확보하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배우, 작가, 연출자가 과거에 거둔 성공을 토대로, 미래의 수익을 보장받으려 하는 것이다(노동렬, 2008; 유세경·김숙, 2010). 이 방법의 문제는 A급 작가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모든 제작사가 다 A급 작가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두 번째 전략은 드라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 제작의 핵심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A급 작가와 연출, 배우를 결합한 최적의 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노동렬, 2018). 제작자 입장에서는 A급 작가와 유명한 연출, 스타 배우를 결합하는 것이 드라마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이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 작가, 연출, 배우를 섭외하다 보니, 드라마가 고비용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제작자는 향후 판매 대금을 예측해 그보다는 적은 돈으로 드라마 제작의 핵심 인력을 섭외하고 쉽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절대 권력을 쥐게 된 A급 작가가 제작사의 합리적인 선택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미 성과가 검증된 장르와 포맷을 통해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표준화되지 않는 영상 콘텐츠의 불확실성을 포맷의 반복 사용과 장르 지향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박소라, 장용호, 조은기, 2004). 한국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로맨스물의 양상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이런 특정 포맷을 반복해서 제작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검증된 포맷이나 스토리 텔링 방식은 안정적으로 느껴지만,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포맷이나 내용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익숙한 포맷을 신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생기며, 이는 드라마 제작진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노동렬 (2008). 수직적으로 해체된 드라마 시장에서의 전략적 생산요소 결합방식에 관한 연구.<[미디어 경제와 문화>, 6권 3호, 7-50.


박소라·장용호·조은기 (2004).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 관한 모형. <IT의 사회·문화적 영향 연구>, 2004(51), 163-63. 서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유세경·김숙 (2010). 드라마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외주제작 드라마의 생산 요소들을 중심으로. <미디어 경제와 문화>, 8권 3호,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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