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까지 유지되었던 금본위제(35 미국 달러를 중앙 은행에 주면 금 1온스를 얻는 체제)는 한정된 통화량 아래 돈이 도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정된 통화가 거래의 수단이 아닌 저장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더 커지는 순간 또는 거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는 순간 경제는 침체된다는 거죠. 쉽게 말해, 우리는 가난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1971년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하게 됩니다. 즉, 통화량의 기준은 금이 아닌 달러가 되게 됩니다. 통화량의 기준을 금에서 달러로 바꾸게 되면 무엇이 편해지냐면, 돈이 돌지 않아 경기가 침체 될 경우, 돌릴 수 있는 돈을 더 찍어내어 쉽게 경기를 부양할 수 있게 되죠. 즉, 미국은 경기를 부양하려면 달러를 찍어내면 되고 우리는 그 돈을 벌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겉으로 보기에 인플레이션 정책은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벌게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국가에서 통화량을 늘리면 현물의 가치는 그만큼 오르기 때문에 실제 노동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보다 현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되게 됩니다. 결국 내가 전보다 수입이 100원 늘었지만 집값은 200원이 오르게 되는 셈이죠. 즉, 내 수입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물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게 된 셈입니다.
이 때문에 1971년 이후로 전세계의 물가는 폭발적으로 오르게 되고, 빈부의 격차는 더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1998년 IMF를 기점으로 이는 더욱 극심해 집니다.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본격적으로 외국인 자본이 투자라는 명목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때부터 부동산 등 모든 현물 가격은 폭등하게 됩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경우 미국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 기능을 할 수 있었던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는 그걸 미국에서 빌려와야 하지만 미국은 자기 돈을 자기가 찍어내어 해결한 문제였다고 볼 수 있죠.
어쨌든 금본위제 때와는 달리 돈은 저장의 수단으로서 기능을 잃었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금이나 부동산과 같은 현물의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이 그동안 불패했던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왜 돈을 더 찍어낼 수밖에 없는가? 이런 질문이 떠오르지 않나요? 왜 있는 통화량 내에서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없는가? 그것은 바로 분배의 불균형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극단적인 예로, 한달에 1억은 버는 사람이나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나 하루에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많이 버는 사람들이 사치품을 더 살 수 있겠지만 우리 경제에 사치품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습니다. 그럼 1억을 버는 사람은 남은 돈을 현물이든 뭐든지간에 저장을 하게 됩니다. 그럼 유통되어야 하는 돈의 양은 줄게 되고, 그럼 경기는 침체됩니다. 그럼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돈을 또 찍어내야 합니다. 그럼 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고 현물 가격은 또 오르게 됩니다. 그럼 현물이 있는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없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난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절대적 권위에 기반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 모든 국가가 동의하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의 이러한 절대적 권위는 경제보다 막강한 군사력에 온다는 것입니다.(물론 막강한 군사력은 경제가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