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의 문제는 과연 교육의 형평성의 문제일 뿐일까?
얼마전 외고/자사고 폐지에 관한 아래의 기사가 올라와 페이스북에 짧은 제 의견과 함께 기사를 포스팅 했었습니다. 다소 자극적이고 과격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자사고/외고 유지는 사회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솔직한 제 의견이었습니다.
기사 : http://v.media.daum.net/v/20170519044243627
"특수한 목적도 없는 특목고, 자기들끼리만 사귀고 싶어하는 자사고 시스템은 또 다른 기형적 기득권을 양산하는 아주 해로운 시스템입니다. 이곳에서 특별한 것을 가르치는 것도 없이 학생들로 하여금 특권의식, 엘리트의식만 기르게 하는 사회의 해로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의식을 가진 아이들이 명문대에 가면 결국 제2의 김기춘, 우병우를 양산하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슷한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환경보다 서로 다른 아이들과 부대끼며 때론 스트레스도 받으며 어울리는 법입니다."
위와 같이 짧은 제 의견을 올렸더니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주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저한테 배웠던 한 학생이 배신감이 들었던지 아래와 같이 반발감이 잔뜩 담긴 댓글을 달았습니다. 저를 꽤나 좋아했던 학생이었는데 아마도 배신감이 들었나 봅니다.
"수년 전, 쌤이 진행하시는 수업 덕분에 -'기득권 세력을 양산' 하고 '엘리트 의식과 특권 의식'을 기르는- 특목고에 입학할 수 있었던 현 대일외고생으로서 쌤의 글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당시와 생각이 바뀌신건지요? 아니면 저희 학생들이 외고에 들어가면 후에 제2의 김기춘이나 우병우와 같은 사회 악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도 방관하신 건가요? 이번 글과 같은 신념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애초에 수업을 개설하지 않으셨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모순이 아닌가 싶네요. 여기까지 제 정말로 보잘것 없는 의견이였구요, 쌤의 논리로 절 설득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소 어조가 불손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자 마자 기분이 썩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제 말과 행동이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일같아 성의있는 답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떠나 교육을 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제도의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육자들은 이중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제도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교육적 의미를 찾는 것과 또 하나는 제도의 틀을 바꿀 수 있을 때 지지를 하거나 그 현장에 뛰어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특목고와 자사고 제도, 더 나아가 서열화, 경쟁 중심의 대학 입시 제도에 반대하지만 제도권 안에서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열심히 현장에서 노력하십니다. 만약 현 제도를 부정하고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현장 교육에 반영한다면 결국 얻는 것도 없이 고스란히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갑니다. 교육자는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내세워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들면 안 됩니다. 교육자는 학생의 최대한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어 현실 속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지도하는 책무와 동시에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고민하는 책무 또한 갖고 있습니다.
저 역시 특목고에 진학하고 싶은 상위권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했지만 나름 거기서 편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꿈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으며, 내 글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교육적 의미로 삼고 수업에 반영하려 하였습니다. 또한 더 나아가 승병이와 같은 많은 친구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도 동시에 합니다. 이게 교육하는 사람의 역할입니다.
분리된 삶은 매우 매력적이고 편안한 삶이면서 동시에 매우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입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자신과 다른 사람과 공감하기 힘듭니다. 특히, 엘리트 교육만 받아온 사람은 그들을 이해의 대상이 아닌 계몽과 훈육의 대상으로 보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심해지면 국민을 길들여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김기춘과 우병우와 같은 사람들을 양산하게 되는 것이죠. 그들이 보기에 그들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거든요.
타인에 대한 이해는 영상과 글과 같은 정보와 같은 매체로만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첨단 과학이 발달한 정보화 시대라도 결국 사람은 한 공간에서 삶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야 하고 최소한 우리가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타인과 분리된 삶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국가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게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내 짧은 글만으로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답을 했으니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제 진심을 그 학생이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성의를 다해 제 진심이 담긴 제 생각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괜히 이런 글을 올려서 논란만 일으켰나 싶기도 하고 혹시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강사인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이도 그 학생이 바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역시 쌤은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요. 오해했던 점 죄송하고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내가 나설 수 없다면 뒤에서 지지라도 할게요. 설사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개혁 때문에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논란과 갈등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는 비록 자신이 사회적으로 처한 환경 때문에 최선이 아닌 현실과 타협하여 입에 풀칠을 해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만약 그 현실이 개선되고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발 벗고 나서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내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말입니다. 사실 치열한 경쟁 체제의 입시 제도야말로 저처럼 사교육을 하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좋은 비즈니스 환경입니다. 하지만 비록 이러한 현실을 이용하여 지금 내가 잘 먹고 잘 살지라도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멋있게 현실과 타협도 하지 않고 잘못된 현실을 개선하는데 최전선에 앞장서면 좋겠지만 대부분 저와 같은 소시민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뒤에서 열심히 지지해야겠죠. 설사 제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