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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순선생 Apr 13. 2017

"인문학은 배워서 뭐해요?"

인문학은 배를 채운 다음 내 삶의 이야기가 됩니다.

선생님, 인문학은 배워서 뭐해요?


얼마 전 수업 중에 한 아이가 저에게 한 질문입니다. 아마도 요즘 TV,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문학을 키워드로 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보았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들었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인문학이 사는데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작 왜 중요한 이유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인문학이란 '문학', '역사', '철학'을 포함한 학문의 범주로 봅니다. 이들이 다루는 내용과 형식은 다르지만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는 면에서 인문학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됩니다.




문학 : 삶에 대한 예술적 문제 제기


예술이란 사랑, 정의, 복수 등과 같은 추상적인 관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구체적 표현'이란 사랑과 같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의 개별 상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은 키스, 붉은 장미, 보호, 잔소리, 집착 등 다양한 개별 상황입니다.

또한 구체적인 개별 상황은 글, 그림, 소리,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 가능합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주제의 경우, 소설가는 이야기를 통해,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념적 표현은 유한하지만 예술적 표현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관념에 대해 작가가 표현한 구체적인 개별 상황이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관념을 헌신적 삶이라는 구체적 상황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는 독자와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관념은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이를 해석하여 구체적 현실로 보여주는 문학은 읽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문학 역시 추상적 관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운문이나 산문이라는 글쓰기 방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예술에 속합니다. 하지만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다른 예술이 표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면 문학은 표현과 더불어 구체적 이야기를 통해 삶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측면에서 인문학의 범주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맨부커상 문학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상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를 주인공의 육식을 거부한 삶을 통해 벌어지는 일상을 통해 제기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폭력성에 대한 반성과 문화와 일상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방향을 재정비할 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역사


역사 역시 인간의 삶의 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이 있다는 면에서 인문학에 범주에 속합니다. 단지 위에서 말한 문학과 다른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역사란 과거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과거의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록자 혹은 역사가에 의해서 가치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역사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고 미래의 우리 삶의 방향을 정하는데 참고할 만한 사실이어야 합니다. 즉, 단지 개인을 넘어 국가, 더 나아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실이라는 역사가의 판단입니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신기한 사실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비해 사회과학적으로 매우 발달해 왔지만 인간의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인간의 욕심은 변하지 않으니 시간이 지나 욕심을 부리는 방법만 다를 뿐 욕심으로 인한 불화는 반복됩니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도 보면 사실 역사적으로 처음있는 일은 아니죠? 그리고 점점 붉어지고 있는 부동산 문제. 이런식으로 부동산 때문에 서민들이 힘들어지면 어찌될까요? 과거 신라, 고려가 무엇 때문에 망했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할 땐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역사적 사건의 발생 원인과 그로 인한 영향입니다. 왜냐하면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바로 우리의 삶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원인을 통해서 현재의 원인을 추적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지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배워야만 하는 것입니다.


철학


철학이란 삶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즉, 철학은 세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별적 사건들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일입니다. 철학의 기본은 질문입니다.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시공을 초월하는 불변의 답변을 찾고자 합니다. 물론 진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철학은 시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같은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철학의 역사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왜 공부(교육)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근대의 피터스, 허스트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이에 대해 답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은 공든 탑과 같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한 과거 학자가 쌓은 탑 위에 공들여 탑을 쌓은 모양입니다. 탑의 모양이 그럴 듯해진 만큼 우리의 삶도 예전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변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철학적인 질문의 시작은 아마도 "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아닌가 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사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여전히 많은 인간들은 철학을 합니다. 덕분에 우리 삶은 과거보다 나아진 거 같습니다. 이게 인문학의 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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