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순선생 Jan 03. 2017

존경을 강요하는 사회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는 과연 정당한가?

'비판적 사고하기' 시리즈 제 4탄
타당성 _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검토



#A은행 분당지점에서 일하는 노정훈씨(27·가명)는 지난 6월 한 젊은 여성 고객이 타행 이체 수수료를 왜 내야 하냐는 생떼를 들어야 했다. 고객등급에 따른 수수료 면제 혜택을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직원과 다른 손님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젊은 여성은 "네가 뭔데 내 등급을 매기냐. 죽고 싶냐"며 소리 질렀다. 민원이 제기돼 업무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한 노씨는 결국 본인 사비로 수수료를 대신했다. 노씨는 "이 정도 수준은 양반"이라며 "몇몇 남성 고객들 경우 손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본심을 숨기고 어쩔수 없이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의 눈물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감정노동자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존경합니다. 사장님.” 우리는 살면서 억지로 존경해야 할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 주로 생계와 연관된 사람, 즉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존경의 대상인데요. 문제는 그들에 대한 존경심은 암묵적 강요에 의한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데 존경해야 한다니요? 이 글을 보고서 자신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결코 남의 얘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직원들은 왜 고객에게 굽신거려야 하나?


“고객님. 어서 오십시요~.”직원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에게 인사를 합니다. 고객은 멋쩍어서 그런지 아무런 응대도 없습니다. 그리고 볼 일을 다 본 고객은 안녕히 가시라는 직원의 인사에도 역시 묵묵부답입니다. 원래 인사란 서로의 호감을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한 소통수단인데 고객과 직원 사이에는 일방적 구애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직원이 고객한테 인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직원이 고객에게 인사를 안 하면 큰 일 납니다. 순식간에 불친절한 직원으로 찍히게 되고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그들의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물건조차 높임의 대상이 된다


“100번 고객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심지어는 고객님이 드시는 음식조차도 그들에게는 높임의 대상입니다. 여러 번 언론에서 잘못된 사용이라고 홍보했지만 마냥 모르고 쓰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나 “손님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면 손님이 기분 나빠할까 걱정하는 맘에서 음료수에까지 존칭을 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인간이 트라우마가 생기면 비약적인 행동이 종종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고객 서비스의 수준의 적정성?


이처럼 백화점과 같은 쇼핑몰이나 요식업장에 가면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굽실거리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고객에 대한 예절은 매우 중요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고객이 본인의 소중한 돈을 쓰러왔는데 직접적 수혜자인 쇼핑몰 측이 환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문제라는 것이 대부분 정도를 벗어나면서 발생하는 것인데 이 역시 고객이 직원한테 요구하는 존경의 정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분 나쁜 고객이 느낀 직원의 자그마한 불친절은 고객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합니다. 사실, 고객이 주장하는 불친절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갑을 관계에서 을인 직원이 친절하지 않아봤자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는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강요할까요?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 그렇게 존경을 받아야 하는 일일까요? 오히려 고객에 대한 과한 응대가 오히려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소비자라는 역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장'하는 삶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