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괜찮아, 어차피 다 죽으니까 #3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길고양이와의 공생 광고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어디 고양이 뿐이랴.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희귀병으로 차마 꽃피우지 못하고 눈을 감은 아기들 모두
어른들의 학대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눈을 감은 아이들 모두
생계에 시달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어느 바닷가에 잠긴 아이 모두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죽은 아이들 모두
삶을 비관하며 절망으로 옥상에서 몸을 내던진 학생들 모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시원에서 쓸쓸히 눈물을 삼켰던 취업 준비생 모두
갓 취업한 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암으로 고통받으며 눈물짓는 환자들과 가족들 모두
집주인에게 월세를 남기고 골방에서 숨을 거둔 세 모녀 모두
자식들에게 폐 끼치는게 싫어 여행 가던 배에서 몸을 던진 부부 모두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그저 죽음의 순간만을 연장하는 이들 모두
모두에게 잊혀진 채 백골이 되어서야 발견된 고독하게 죽은 이들 모두
폭염이 빗발치는 전란의 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 모두
배고픔과 목마름에 굶어 쓰러져가는 어느 나라의 아이들 모두
매일 매일 우리나라에서 800명씩 쓰러져가는 사람들 모두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도 가족들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
그렇게 삶에서 흠뻑 피어나
아픈 일 없이 슬픈 일 없이
모두 모두 천수를 누리다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웰다잉의 목표는 자연사(自然死)이다.
모두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었으면 좋겠다.
그런 죽음이라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다.
#내가응원하는삐루빼로도
#단상
#쪽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