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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ree Oct 27. 2016

타로 버블티

니가 사랑을 알아?

니가 사랑을 알아? 



나 있잖아, 사랑을 느꼈어.


누구든지 그것의 정의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은 사랑. 

사랑이 뭘까? 

행복, 책임감, 기쁨 혹은 나눔. 

20대 초반에야 기존 성인들의 사랑의 의미가 답습되어 그런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을 책임지고 아끼는 마음 혹은 그 대상이 반대쪽으로 흐르는 나쁜 사랑들. 

어려서 혹은 몰라서 지나간 신나는 관계와 아픈 관계들을 거치면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더 난해해져 갔다. 


술이라도 한잔 해야 친한 친구에게 혹은 처음 본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이런 질문을 해 볼 텐데, 술을 입에도 안댄 지가 이제 햇수로 12년이 되니 아주 말짱한 맨 정신에 문뜩, 

"넌 사랑이 뭔지 아세요?" 할 수 없게 된 것이 현실. 


그런데 말이지. 지나고 보니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잘해주는 사람, 못해주는 사람, 마음 아픈 이별, 통쾌한 이별, 찝찝한 이별 그 안에 모두 사랑이 있더라. 


사랑은 그저 순간이다. 순간적으로 차오르는 따스함. 냉철히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 내는 역할을 해 줘야 할 뇌가 추운 겨울날 따뜻한 군고구마를 만나는 순간이다. 그것이 전부인 것 같다. 



오늘 부대찌개 먹고 싶어. 

그래. 


착한 짝꿍은 언제나처럼 내 말이면 다 들어준다. 평소 건강 애착자 인 데다가 나트륨 붓기에 얼굴이 바로 반응하는 우리지만, 먹으면서 서로 붓는 얼굴을 보며, 점점 작아지는 눈을 보며 마지막 소시지 한입까지 다 쏟아 넣는다. 그리고는 마지막 밥 한 숟가락은 짝꿍에서 드민다. 조금 덜 먹은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도 난 여자잖아.


다 먹고 입도 맵고  텁텁한데 타로버블티 어때.

좋아. 


착한 짝꿍은 언제나처럼 내 말이면 다 들어준다. 그 많은 부대찌개에 밥까지 다 털어 넣어 아무것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도 버블티의 버블을 보니 식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무리 빨아대도 차가운 슬러시만 올라와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짝꿍에게 버블티를 내민다. 


너무 차가워. 버블 먹고 싶은데 슬러시만 나와. 

잠깐만. 


그리곤 한참을 쪽쪽 빨아대더니 나를 보는 짝꿍, 그리고 그의 혀가 막고 있는 버블이 가득한 빨대를 보고

난 느꼈다. 


이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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