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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Feb 02. 2024

기억 이후의 세계

- 디즈니 플러스 드러마 <한강> (2023)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한강> (2023)은 식상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한강을 수호하는 한강경찰대가 범죄의 소용돌이 속에서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는 설정 자체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드라마 <한강>은 우리들이 망각했던 기억 이후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 이후의 한국 사회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한강>의 제2화를 보면 한강을 순항하던 유람선이 암초에 걸려 침몰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경인리버크루즈의 이사인 기석이 크루즈의 기관사에게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라고 방송하라며 협박한다. 왜냐하면 크루즈가 암초에 걸려 위험하다는 사실을 승객들이 알면 혼란스러워지고 이 사실이 알려져 회사 대표인 삼촌에게 혼날 것을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한강>의 이 장면은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기억을 다시 환기한다. 기석이 기관사에게 내뱉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다시 불러온다. 실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기사들을 살펴보면, “가만히 있으라”라고 방송한 기관사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에 얼마나 많은 단원고의 학생들이 희생되었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조금만 서둘렀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희망을 배신한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여전히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연루되었던 정부의 관계자들이 처벌은커녕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에 관한 가설들이 난무할 뿐 정확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사회의 법과 정의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한강>은 ‘이 세상에 없지만 존재해야 할 것’들에 관해 말하고 있다. 


  예컨대 드라마 <한강>에서 한강특공대가 출동해 위기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며 혼란을 바로잡는 장면과 같은 것들이다. 주인공 두진을 비롯한 한강특공대가 평소 평범한 시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한강특공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할 때 예상치 못한 위기는 극복된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한강>은 과거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다시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 비록 그것이 가상일지라도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다시 인식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드라마 <한강>이 인상적인 이유는 한강특공대가 승객들을 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건을 일으킨 범죄조직을 처벌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처벌하지 못한 자들을 처벌함으로써 사라진 정의를 바로잡는다. 경인리버크루주가 평범한 선박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불법적인 금거래를 위해 금을 밀수하던 범죄조직이라는 설정은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처벌을 수행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또한 드라마 <한강>에서 범죄가 벌어지는 공간이 한강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드라마의 배경이 한강이어야 했을까? 굳이 다른 공간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한강이라는 공간이 한국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한강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드라마 배경이 한강인 이유도 명확해진다. 부정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한국 사회를 수호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도 한강 위에서 침몰하는 선박처럼 좌초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물론 그 역사적 책임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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