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현 Nov 07. 2019

런드리고, 빨래가 없어진 160일간의 생활


약 5개월 전, '런드리고, 빨래가 없어졌다고 믿는 생활의 시작'이라는 글(링크)을 썼다. '런드리고'라는 서비스를 접하고 실제로 사용해본 지 보름쯤 지났을 때였다. 두 번 정도 빨래를 맡기고 나서의 경험과 느낌을 적은 글이었는데 서비스가 유명해지기 전에 적은 글이라서 그런지 조회수가 꽤 나왔고 지금도 '런드리고'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부끄럽게도 상단에 내 글이 나온다. 런드리고에 첫 빨래를 맡긴 지 160일째 되는 오늘, 어제 맡긴 빨래를 기다리면서 지난 5개월간 사용한 경험과 달라진 느낌을 적어보려 한다.





1. 런드리와 드라이클리닝


"국제적으로 세탁 산업에서 B2C 고객들을 대상으로 드라이클리닝과 런드리(물빨래·세탁) 공장이 통합된 형태로 된 곳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 출처 : 조성우 대표님의 인터뷰 글 / 매경프리미엄 )


한국에서 내가 경험한 세탁 산업에서도 코인세탁소를 제외하고는 런드리(일반 물빨래)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는 없었다. 평소 와이셔츠를 전혀 입지 않는 내가 런드리고를 사용하게 된 이유도 내 빨래들에 대한 귀차니즘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요즘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런드리고 이용객의 패턴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나처럼 물빨래를 지속적으로 맡기는 사람과 신발, 이불, 와이셔츠 등을 편하게 맡기려는 사람. 내 이용 후기는 온전히 물빨래 유저들을 위한 후기다.



2. 빨래가 없어졌다.


정확히 표현하면 세탁 세제를 구입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개는 생활 전부가 없어졌다. 심지어 집에 있는 세탁기는 이번 여름 동안 한 번도 작동을 안 시켰더니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정도다. (세탁기가 고장 날까 봐 중간에 한 번 세탁조 세정제도 넣고 수건을 몇 개 넣어서 작동시켜보기도 했다.) 지난번 리뷰에서는 '빨래가 사라졌다고 믿어야 되는 상황'정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세탁기라는 가전제품이 집에 필요 없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내 생활은 변해있다. 이것만으로도 아래에 이야기할 단점들을 상쇄하고 충분히 서비스를 이용할 가치가 있게 만드는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3. 빨래가 진짜 없어지기도 했다.


항상 만족스럽고 좋았던 것은 아니다. 서비스 초기에 내 빨래 중 일부가 분실되어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신고 접수를 하고 4일 정도 뒤에 건조실 구석에서 찾았다는 소식으로 내 빨래는 돌아왔지만, 그때는 서비스를 이제 사용하지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래도 분실된 빨래를 찾는 과정에서 고객센터는 고객 우선적인 태도로 대하며 최대한 빨리 찾아주려 노력했고, 내가 이 서비스를 이렇게 쓰지 않으면 앞으로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어떤 서비스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서비스를 이용했다.  (사실 다시 빨래를 해야 한다는 귀찮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얼마 전, 분실 사건이 또 발생했는지 런드리고 공식 인스타그램에 사과글이 올라온 것을 봤다. 빨래가 없어져 본 그때를 돌이켜보면 유저에게 세탁물 분실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도 이 부분은 운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줘야 한다.



4. 공장에서 빨려 온 내 옷들.


나는 고가의 옷이 많은 편은 아니다. SPA 브랜드에서 사 입는 옷이 대부분이라 평소에도 빨래를 거칠게 하는 바람에 옷이 금방 상했다. 런드리고의 물빨래는 세탁 후 건조기로 건조되어 배송된다. 비가 오든 날씨가 습하든 다음 날 정해진 시간에 세탁이 완료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조기를 이용한 건조는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세탁 상태에 둔감한 나조차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빨래를 받아보면 옷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초기에는 반팔 티셔츠에 구멍도 났고, 뭔지 모를 세제 자국 같은 것도 생겼었다. 만약, 옷의 상태에 매우 민감한 유저라면 런드리고 세탁으로 본인의 세탁을 전부 대체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5. 누가 개어주는걸까


세탁이 완료되어 배송된 옷은 사람이 일일이 개어준것처럼 정말 잘 정리되어 온다. 설명에는 기계가 접어준다고 했지만, 이건 사람이 개어준 것 같다. 대부분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옷장으로 넣어도 괜찮을 정도다. 런드리고는 내가 빨래를 정리해서 옷장에 넣는 시간마저 줄여줬다.



6. 런드렛은 어떻게 여는거야


세탁물을 배송하기 위한 런드렛은 앱과 블루투스를 통해 잠금장치를 여닫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열쇠 없이는 런드렛을 열지 못한다. 문 앞에 내놓을 때는 지퍼를 잠금장치에 끼워 넣으면 딱 하고 잠기는데, 혹시 몰라 앱을 통해 블루투스로 잠금장치를 한 번 더 잠근다. (이 과정에서 블루투스 인식이 느려 옷장 앞에서 몇 분을 기다리곤 한다.) 문제는 배송받았을 때인데, 런드렛의 잠금장치에는 물리적 버튼이 따로 없다. 사실 별다른 시도를 해본 적도 없지만 블루투스 연결도 오래 걸리고 해서 그냥 문 앞에 두고 쓰는 열쇠를 이용해서 여는 편이다. 앱에서 스마트하게 잠금 처리를 했음에도 스마트하지 못하게 열쇠로 지퍼를 여는 내 모습이란...


 

7. 나날이 발전해가는 서비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디테일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많이 버려지는 소모품들이 점점 더 친환경적으로 바뀐다던가, 일요일에도 빨래 수거를 시작한다던가, 빨래량이 적은 가구를 위해 작은 런드렛을 개발한다던가. (런드렛 미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뒷면에 붙은 자석이다. 이 사소한 것 하나가 얼마나 큰 편리함을 가져왔던지..) 이렇게 좋은 쪽으로 하나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서비스가 점점 더 단단히 성장해 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초기부터 성장해 온 과정을 보면 애정이 더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



적다 보니 좋은 점보다 아쉬웠던 점을 더 많이 적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내 생활에서 빨래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이 서비스가 충분히 쓸만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런드리고 같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https://www.laundrygo.com/



*본 게시글의 커버이미지는 런드리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런드리고, 빨래가 없어졌다고 믿는 생활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