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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현 Jun 26. 2020

한 단계 성장했다는 와이즐리

리뉴얼된 와이즐리 언박싱 후기


오랜만에 올리는 [내가 사용한 제품과 서비스들] 시리즈.


드디어 업그레이드된 와이즐리 2.0 면도기를 받았다.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 이야기를 즐기기는 하지만, 지난 1년 새 내 페이스북 피드에 와이즐리 이야기만 벌써 네 번째다. (관계자 아니다) 출시된 지 석 달이 되어가는 이제야 새로운 면도기를 주문할 수 있었는데, 실수로 두 개나 샀다. 아래는 리뉴얼된 와이즐리를 경험하며 느낀점들과 시시콜콜한 잡담들.






1. 면도날이 저렴해졌다고 날을 빨리 바꾸지는 않더라.


와이즐리 대표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다. 1년 정도 써보니 질레트나 도루코를 쓸 때와 비교해 내 면도날 교체주기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편리하게 면도날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면도날이나 면도크림이 떨어질 때쯤 알림이 오고, 정말 간편하게 재주문할 수 있다. 애플에서 면도날을 출시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딱히 다른 면도날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



2. 면도기가  개나 배송되어 왔다.


새로운 면도기 출시 당시, 기존 고객들에게 새로운 면도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담기고 다음 결제 때 배송이 되는 방식이었는데, 나는 면도날이 많이 남아있어서 결제를 뒤로 미뤘다(정확히는 자동결제 후 취소처리). 이후 장바구니에 담긴 무료 면도기가 사라져서 아쉬운 마음에 고객센터에 말했더니 다시 넣어줬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면도날을 주문하면서 보니 장바구니에 새로운 면도기가 없길래 하나 넣었다. (면도날을 너무 느리게 바꿔서 항상 결제를 미루는 바람직하지 못한 고객이라 눈치껏 하나 샀다.) 그런데 사라진 무료 면도기까지 두 개가 배송됐다. DB에는 기록이 되어 있었나 보다. 나는 이제 양손으로 면도할 수 있다.



3. 정말 좋아진  같다고 느꼈다.


패키지 안에 있는 브로셔에 ‘와이즐리,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뭔가 달라진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돈도 많아진 것 같아 보였다. 와이즐리피셜로 ‘뉴욕의 디자이너, 독일의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새로운 면도기는 패키지부터 달랐다. (이 가격에 이런 패키지?) 애플 제품 언박싱을 할 때처럼 하나하나 재미있게 열어봤다. 파란색 덕후인 나에게 와이즐리의 파란색은 충성 고객 치트키다. 웹사이트도 대대적인 리뉴얼을 했다. 정말 깔끔해졌고, 디자인하는 사람들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예전엔 스타트업스러웠는데 지금은 잘 나가는 스타트업 같다.(응?) 고객이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눈으로 보이는 부분들인 것 같다. 독일 엔지니어들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



4. 여행   면도기 들고 가기 편해졌다.


여행 가면 어매니티에 면도기 있는 곳이 정말 드물다. 항상 면도기 챙기는 걸 까먹어서 일회용 면도기를 사서 썼다. 가끔 면도기를 잘 챙겼다 싶은 여행에서는, 면도기를 꺼내다가 면도날에 손을 베였다. 이번에 리뉴얼된 면도기에는 케이스가 있다. 케이스 있는 면도기는 처음 봤다. 이제 면도날에 손을 베이는 여행은 안녕!

하지만, 이 케이스를 집에서는 어떻게 써야 하나 싶다. 와이즐리 면도기는 그냥 바닥에 두어도 면도날이 하늘을 향하는 구조라, 사실 거치대가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쓰고 버리는 면도날 케이스처럼, 화장실 어딘가를 뒹굴다가 버려질 것 같다. 아, 내가 뉴욕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걸까. 나는 아직 멀었다.



5. 실컷 언박싱 하고 나니 남은 것은.


와이즐리가 내부 포장지를 뾱뾱이에서 벌집구조의 종이로 바꿨을 때, 이 회사가 환경을 생각하는구나 싶어 정말 좋았다. (그 당시 커머스 업계엔 친환경 패키지가 중요한 이슈였는데, 요즘은 업계 전반적으로 관심이 좀 덜해진 것 같다.) 이번에 한 단계 성장한 와이즐리의 패키지 디자인을 실컷 즐기고 났더니, 버려야 하는 쓰레기가 산더미다. 물론 재활용하기 쉬워 보이는 종이와 플라스틱뿐이긴 하지만, 우리 집 재활용 쓰레기통은 꽉 찼다. 내일 쓰레기통을 또 비워야 한다.






와이즐리를 정말 좋아한다. 와이즐리를 생각하며 쓰는 네 번째 글이라서 그런지 이번엔 투덜거리는 이야기만 가득한 것 같다. 이 글을 직원들이 보고 더 좋은, 더 환경을 생각한 제품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와이즐리 대표님은 안 봤으면 좋겠다.



+)

글을 다 쓰고 면도기에 면도날을 끼워 케이스에 넣어봤는데, 닫히지 않는다. 다음 여행에 나는 면도날 통도 가져갈것인가 케이스 없이 가져갈 것인가. (내가 닫는 방법을 모르는걸까?)


+) 

닫는데 성공했습니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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