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갸비는 다짐만 하고 안 지키잖아, 왜 맨날 다짐만 해?"
방금 들은 말이다. 토요일 저녁 8시 30분, 카페거리에 위치한 조용한 가게 한 곳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려던 찰나다. 글 쓰기 전에는 쓸 만한 글감이 없나 살펴본다. 그러다 앞서 쓰다 만 글을 읽곤 "갸비는 다짐만 하고 안 지키잖아, 왜 맨날 다짐만 해"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쓰다 만 글의 제목은 '다시 시작, 꾸준함, 칼을 간다'였다. 언제 썼나 봤더니 10월 16일에 쓰다 만 글이었다. 그 뒤로 또 글을 썼나 봤더니 오늘 쓰는 이게 처음이다. "왜 맨날 다짐만 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한때는 블로그며 브런치에 한 주에 한 번씩 글을 올렸다. 어떤 주제를 어떤 소재를 가지고 어떤 구성으로 풀어나갈지 고민했다. 퇴고도 했다. 조금이라도 더 잘 읽힐 글을 쓰기 위해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회사에서는 손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개인적인 글쓰기가 업무적인 글쓰기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던 셈이다. '글쓰기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던 셈이다.
요즘이 이 고리가 작동을 안 한다. 생각해보니, 비판만 해대고 제대로 된 칭찬을 하지 않는 상사를 만났기 때문인 것도 같다. 8개월여 전 새로 만난 상사는 누군가를 도통 칭찬하는 법이 없다. 하루 온종일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데 시간을 쏟는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은 이미 폭격을 맞을 만큼 맞았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매번 비판받고 지적받다 보니, 곧잘 쓰던 글도 어느 순간부터는 도통 써지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글을 쓰려다 가도 머릿속에서 "이렇게 쓰면 상사가 또 비판하지 않을까, 그러면 대체 어떻게 써야지, 이렇게 써야 하나, 아닌데"라는 사고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썼다, 지웠다가 무수히 반복되고 진도는 나가지 않고 글은 하염없이 늘어진다.
막상 적고 나니 상사 탓만 하나 싶어 멋쩍다. 내 안에서 원인을 찾자면 꾸준히 써 오던 글을 안 쓰기 때문인 것도 같다. 다시 한번 더 다짐한다. 한 주에 한 번씩은 쓰겠다. 제발 다음 주 혹은 몇 주 후에는 또 "갸비는 왜 맨날 다짐만 해?"라는 말을 듣지 않길 바란다. 이런 다짐의 흔적이, 결국 나를 다시 글 쓰게 만들 자극제가 될 것이다.
글을 지어 밥을 벌어먹고사는데, 이 무기가 무디어지면 쓰겠나.